트럼프, 영국과 첫 무역합의 발표… “인도·이스라엘과도 합의 임박”

입력 2025-05-09 00:06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가 집권 2기 첫 번째 무역 합의를 영국과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영국과 포괄적인 무역 협상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지난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첫 번째 무역 합의를 성사시켰다. 트럼프는 “앞으로 수년간 미국과 영국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포괄적 합의”라며 “협상 단계에 있는 다른 거래들도 뒤따라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우선 협상 대상 5개국 중 하나인 영국은 10%의 기본 세율만 적용돼 다른 교역국보다 수월한 협상이 예상됐다. 나머지 우선 협상 대상국은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도 영국과 무역 협상을 추진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영국 정부도 2020년 1월 유럽연합(EU)에서 완전히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악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시도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을 상대로 미국산 자동차·농산물 관세율 인하와 디지털세 폐지 방안을 논의해 왔다. BBC는 “영국이 다른 교역국보다 높지 않은 상호관세를 부과받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해선 25%의 품목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법무법인 와일리레인의 국제무역 담당 변호사 티모시 브라이트빌은 “미국과 영국이 앞으로도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디지털세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7월 9일까지 90일간 상호관세 발효를 유예하고 주요 교역국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NYT는 “인도와 이스라엘은 무역 협상의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며 “한국과 일본, 베트남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영국과 가장 먼저 이뤄낸 합의를 성과로 내세우면서 한·일 등과의 협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는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를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퍼듀 주중 대사 선서식에서 대중국 관세율 인하와 관련한 질문에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안했다’는 중국 상무부의 주장에 대해선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서류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1조 달러(약 1390조원)씩 손실을 봤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을 앞두고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일 “미국은 일방적인 관세 조치의 부정적 영향을 직시하고 대화의 진정성을 발휘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철폐를 요구했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