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단일화 문제를 놓고 2차 담판을 벌였지만 60분가량 평행선만 달리다 돌아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의 “강압적 단일화 중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전까지 당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 로드맵’을 강행하기로 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단일화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오후 국회 사랑재 앞 야외 카페에서 만나 단일화 관련 회담을 재개했다. 전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데 이어 이틀 연속 논의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김 후보가 먼저 제안한 이날 회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 진행하기로 양측이 사전에 합의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 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오늘내일 당장 우리 결판내자”고 김 후보를 몰아붙였다. “제대로 못 해내면 김 후보나 저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는 말 있죠. 그렇게 될 것 같다”고도 했다. 회담에 앞서 김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4일 방송 토론,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한 후보는 “일주일 뒤에 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 후보는 또 김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22번이나 “한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점도 파고들었다.
이에 김 후보는 “저는 한 번도 단일화를 안 한다고 한 적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합당한데 왜 안 들어오고 밖에 계시냐. 왜 뒤늦게 나타나 국민의힘 경선에 돈(기탁금)을 내고 모든 절차를 다한 사람에게 청구서를 내미냐”고 반문했다. 한 후보가 당내 경선을 ‘패싱’하고 무임승차 하려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후보는 “같이 뛰었던 경선 후보들이 ‘우리는 들러리냐’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안 할 수 없다고 한다”며 “이건 단일화도 아니고 자리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한 후보와 당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을 비판했다.
생중계된 이날 회담에서 두 후보는 각자의 입장만 반복하다가 일어났다. 속깊은 논의를 하는 담판이라기보다는 ‘방송용 쇼’ 같았다는 혹평도 나왔다. 두 후보는 회담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두고도 서로 “먼저 하라”며 12분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후보 등록 전 단일화’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회담장에 들어선 김 후보에게 “약속 지킵시다”라고 외쳤다. 회담장 주변에 모인 김 후보 지지자들은 의원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 반발에도 ‘강제 단일화’ 절차에 돌입했다. 11일 오전 ‘대선 최종후보자 지명’을 안건으로 한 전국위원회 소집도 공고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면서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결정은 반드시 고쳐야 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그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보며 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김 후보를 직격했다.
다만 단일화 속도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제기됐다. 나경원 의원은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적용해 강제 단일화를 추진하려다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 최악의 경우 대선 후보 없이 선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정우진 성윤수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