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쿠팡이츠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해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뒤 매섭게 성장 중인 쿠팡이츠발(發) 지각변동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를 따돌리려 하고, 요기요는 따라잡으려 한다. 쫓고 쫓기는 경쟁이 이번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 강화로 번졌다.
배달의민족은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 콘텐츠 제휴를 맺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조만간 배민의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의 멤버십을 기반으로 관련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 시점이나 상품 구조 등에 대해선 양측이 조율하는 단계에 있다.
배민은 지난해 9월 3990원(프로모션 할인가 1990원)을 내면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민클럽을 선보였다. 회원 전용 할인 쿠폰을 지급하거나, 수시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배민클럽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또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인 B마트 할인 혜택을 늘리며 모객에 집중하고 있다.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요기요도 추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요기요는 최근 서울 서초구 ‘마제스타시티’를 떠나 강남구 ‘역삼 823빌딩’으로 둥지를 옮겼다. 영업·마케팅 등 핵심 조직은 역삼동으로 이동했고, 연구개발 부서는 기존 자리에 남았다. 역삼동은 요기요가 초창기 머물렀던 상징성이 있는 지역으로, 배달 시장 핵심 상권으로 꼽힌다. 요기요는 이곳에서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현장에서 확인한 후 앱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배민과 요기요의 행보는 쿠팡이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시작했다. 와우 멤버십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배달비 부담이 적어지자 소비자들의 쿠팡이츠 이용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배민과 요기요의 성장이 쿠팡이츠 대비 정체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모바일인덱스가 분석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데이터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난 반면, 배민은 등락을 반복했다.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지난해 3월 626만명이었던 쿠팡이츠의 MAU는 올해 4월 기준 1044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배민은 2100만~2200만대 MAU를 유지하고 있지만, 두 달 사이 60만명이 줄어들기도 했다. 요기요는 MAU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서비스 등을 시행하면서 ‘성장과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려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가 ‘치킨게임’에 돌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사간 경쟁이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도 무료배달 외에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배민과 요기요 모두 이 점을 계속해서 파고들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이득이 커지겠지만, 나중에 비용 부담을 전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