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난 시진핑 “일방·패권주의 맞서 러와 힘 합칠 것”

입력 2025-05-08 18:51 수정 2025-05-08 23:22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패권주의에 맞서 러시아와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게오르기옙스키홀에서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동지”,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나의 오랜 동지”로 부르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적 괴롭힘이라는 국제적 역류에 직면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 주요 강대국으로서 특별한 책임을 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적 괴롭힘은 중국이 미국을 비판할 때 자주 써온 표현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호혜적이며 다른 나라에 맞서는 게 아니라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새 시대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상호작용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서 중·러 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강한 압박을 포기할 것을 각국에 촉구하며 외교적 수단만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세계 전략적 안정에 대한 공동성명, 투자 촉진과 상호보호에 대한 협정 등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80주년 전승절(2차 대전 승리 기념일) 열병식에도 참석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 위기에 놓여 있던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을 계기로 러시아를 방문한 각국 정상과 연쇄 회담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8일 크렘린궁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회담한 뒤 전략적 동반자 및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 대통령과도 회담했다. 러시아와 쿠바는 이날 외교관계 회복 65주년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은 후렐수흐 대통령에게 2차 대전 때 소련군과 몽골군이 협력한 것을 언급했고, 응게소 대통령에게는 러시아의 외교정책 우선순위 중 하나가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라고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2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9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해외 정상들이 붉은광장에서 열병식을 지켜본 뒤 크렘린궁 인근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