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 1학년은 2024~20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교육 인원이 최대 6000명에 달하는 ‘콩나물 시루’같은 교육 환경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의대 6년과 병원 수련을 함께 하기 때문에 의사 양성 과정이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대학들의 교육 우선순위는 내년에 입학하는 2026학번이 가장 먼저이고, 그 다음이 올해 입학한 2025학번이다. 지난해 입학해 줄곧 수업 거부를 해온 2024학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의학교육계에 따르면 대규모 유급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전국 의과대학 40곳은 트리플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로부터 유급·제적 현황 뿐만 아니라 ‘교육 운영 계획 및 학습권 보호 방안’도 접수했다. 교육부는 정확한 유급·제적 규모를 9일 공개할 계획이다.
교육계는 내년 1학년 교육과정을 밟는 인원을 최대 6000명으로 내다본다. 2024~2026학번 전체 인원은 1만681명이다. 2024~2025학번은 7623명이다. 이들 중 수업에 복귀해 내년에 정상적으로 2학년이 되는 인원을 20%로 잡으면 미복귀자는 6000명 수준이다. 학칙에 따라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급 대신 학사경고를 주는 대학이 있다. 이들은 계절학기를 듣고 2학기 수업에 들어오면 내년 2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다. 또 군휴학 인원도 상당한 규모로 알려졌다. 학사경고와 군휴학으로 유급을 면하는 인원은 대략 3000명 수준이다. 실제 유급자 3000명과 2026학번 신입생을 합치면 6000명 수준이 된다.
서울의 한 의대 부학장은 “2024~2025학번 유급생과 2026학번 신입생은 전공과목과 인턴·레지던트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수업 거부를 선택한 여파가 10년 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교양·이론 과목 중심으로 편성된 예과 1학년 과정은 2024~2026학번을 나눈 분반 수업을 통해 소화해낼 수 있다고 본다. 증원 규모가 큰 의대일수록 대규모 강의를 진행하되 토론 등 세부적인 지도가 필요한 과목에 대해선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가르치는 2부제 수업 방안도 거론된다. 또 온라인 공개강좌를 제작해 전국적인 강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해부학 등 실습이 이루어지는 예과 2학년으로 진급하면 3개 학번 사이에 차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습 과목에서 수강생 숫자를 조절해야 하는데, 2024학번이 가장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교마다 카데바(해부용 시신) 한 구를 실습하는 인원은 평균 8명 수준이다. 동아대와 전북대 등에서는 같은 학년에서 수강 가능 인원을 초과할 경우 2026학번에게 우선 수강하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수강생 숫자를 조절해 교육의 질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