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5년 뒤인 2040년대 0%대로 하락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모든 자원을 투입해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낸다. 경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까지 지체되면 204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이런 내용의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추정했다.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2030년대에는 0.7%, 2040년대 0.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전망한 2030년대 1.1~1.3%, 2040년대 0.6~0.7%보다 더 낮은 수치다. 2000년대 초반 5%대 안팎이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 3%대, 2020년 이후 2%대로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최대 요인은 인구구조 변화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은 올해(69.5%) 70%를 밑돈 뒤 2050년 51.9%까지 하락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20.3%에서 2050년 40.1%로 급증할 전망이다.
KDI는 2030년 전후로 노동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생산성도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구조개혁마저 늦어질 경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에 0.4%, 2040년대엔 -0.3%까지 낮아진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지난해 물가와 환율을 기준으로 추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050년 4만4000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다.
KDI는 각종 규제 개선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혁신기업이 시장에 더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한다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단기적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