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년 만에 9연승을 내달리며 KBO리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제는 26년 전의 10연승을 재현하느냐가 리그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화는 10연승을 달성했던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다. 1999년의 ‘투수왕국’을 빼닮은 2025년 독수리 군단의 비상에 한화 팬들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던 우승의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한화는 8일 현재 2025 KBO리그에서 24승 13패로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날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9연승을 장식한 한화는 공동 1위였던 LG 트윈스를 2위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화의 9연승은 2005년 6월 이후 약 20년 만이다. 한화가 정규시즌 30경기 이상을 치른 시점에 단독 1위 자리에 오른 건 2007년 6월 이후 약 18년 만이다.
구단의 각종 기록을 새롭게 쓴 매서운 상승세는 한화 팬들을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한화는 9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주말 3연전에 돌입한다. 상대가 리그 최하위로 처진 키움이어서 10연승 달성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다.
한화는 1999년 9월 24일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그해 10월 5일 삼성전까지 10연승을 거둔 이후로 같은 연승 기록에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한화는 압도적인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정규리그 18승 8패의 정민철, 15승 5패의 송진우, 14승 8패의 이상목 등이 강력한 선발진을 이뤘다. 뒷문은 8승 9패 26세이브의 마무리 구대성이 걸어 잠갔다.
그해 한화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승 1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5경기에 나와 1승 1패 3세이브를 올린 구대성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두 차례 등판한 정민철이 2승, 송진우가 나머지 1승을 책임졌다.
한화 팬들은 코디 폰세(6승)와 라이언 와이스(5승), 류현진, 문동주(이상 4승), 엄상백(1승)으로 꾸려진 올 시즌 선발진을 보면서 눈부셨던 과거의 투수왕국을 떠올린다. 한승혁, 박상원, 정우주, 김범수, 김종수, 조동욱 등이 버틴 불펜진마저 탄탄하다. 한화는 팀 홀드 1위(24개)를 달리고 있다. ‘차세대 끝판왕’ 자리를 노리는 11세이브(1위)의 클로저 김서현까지 완벽한 구성이다. 한화 마운드는 이번 9연승 기간 팀 평균자책점 1.95의 짠물 투구로 상대 타선을 억눌렀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