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단일화 내분 점입가경… 대선 포기했나

입력 2025-05-09 01:30
국민일보DB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의 단일화를 둘러싼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나를 끌어내리려 작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당 지도부는 김 후보를 향해 “한심한 모습”이라고 직격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는 전날에 이어 8일에도 회동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계엄 선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무총리였던 두 사람의 설전과 다툼을 바라보는 국민은 허탈할 뿐이다.

이날 회동에서 한 예비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니 오늘, 내일이라도 결판을 내자”고 했으나 김 후보는 “단일화 하지 않겠다고 한 적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김 후보는 기자회견과 관훈클럽 토론회 등에서 “정당한 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당 지도부와 맞섰다. 시간을 끌려는 듯 14일 토론,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자는 제안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후보 등록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를 끝내려는 당 지도부의 로드맵을 거부한 것이다. 앞서 당원의 82.82%가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 중 86.7%가 ‘후보 등록 전에 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던 당 지도부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후보의 잘못된 결정이 있을 때는 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정된 절차를 진행해 ‘후보 교체’를 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이에 김 후보 측은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 대선 후보와 소속 당이 소송전을 벌이게 됐다.

김 후보는 경선에서 한 예비후보와의 신속한 단일화를 내세운 이른바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으로 표를 얻었으나 후보가 된 후 사실상 약속을 번복했다. 국힘 경선 과정이 단일화를 전제로 치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갈등은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 기존 지지 기반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이렇게 단일화를 피하는 이유가 대선 후 당권 장악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로 후보에 선출됐음에도 막상 후보가 되자 태도를 바꾸는 것은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뢰를 팽개치고 당권이라도 잡자는 속셈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단일화 협상에 임하는 것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