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과 첫 무역합의 발표 예정… “인도·이스라엘과도 합의 임박”

입력 2025-05-08 18: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데이비드 퍼듀 신임 주중 대사를 소개하고 있다. 퍼듀 대사는 스포츠 브랜드 ‘리복’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기업인 출신으로 연방 상원의원도 역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첫 번째 무역 합의가 영국과 성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뒤 처음으로 영국과 무역 합의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 합의는 미국과 영국의 오랜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성과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영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처음으로 무역 협상을 타결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우선 협상 대상 5개국 중 하나다. 나머지 우선 협상 대상국은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다. 트럼프가 지난달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에서 영국은 10%의 기본 세율만 적용돼 다른 교역국보다 수월한 협상이 예상됐다. 트럼프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지난 6일 CNN에 “영국과 가장 먼저 무역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며 “인도의 경우 일부 변수 탓에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영국을 상대로 미국산 자동차·농산물 관세율 인하와 디지털세 폐지 방안을 논의해 왔다. 양국이 이번 무역 합의에서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인지,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질 협상의 기본 틀만 제시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법무법인 와일리레인의 국제무역 담당 변호사 티모시 브라이트빌은 “이번 발표가 향후 논의될 사안의 틀만 결정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디지털세가 앞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7월 9일까지 90일간 상호관세 발효를 유예하고 주요 교역국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NYT는 “인도와 이스라엘은 무역 협상의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며 “한국과 일본, 베트남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영국과 가장 먼저 이뤄낸 합의를 성과로 내세우며 한·일 등과의 협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는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를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퍼듀 주중 대사 선서식에서 대중국 관세율 인하와 관련한 질문에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안했다’는 중국 상무부의 주장에 대해선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서류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1조 달러(약 1390조원)씩 손실을 봤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을 앞두고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일 “미국은 일방적인 관세 조치의 부정적 영향을 직시하고 대화의 진정성을 발휘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철폐를 요구했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