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 분단국가… 구글 지도반출 시 국가안보 심대 위협”

입력 2025-05-08 18:42 수정 2025-05-08 18:44
8일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토론회 참석자들이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북한 도발 위협에 항상 노출돼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구글에 고해상도 지도 데이터가 넘어갈 경우 군 정밀타격 위험, 정보 테러 등 국가안보가 위협될 소지가 큽니다.”

이정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이 국내 산업·경제·안보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가안보에 밀접한 국가 기밀 데이터를 국외 개방 시 지도 서버에 대한 보안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구글은 지난 2월 한국 정부에 9년 만에 5000분의 1 축척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2만5000분의 1보다 정밀한 지도 데이터가 국외로 반출된 사례는 없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오는 15일까지 1차 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도 반출에 제한을 두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은 국방상 비밀 유지가 필요하거나 군사적 내용이 반영된 지리 공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도 역시 구글이 자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인도 현지 기업을 통해서만 접근하도록 규제하는 등 지도 정보 규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들며 “현대전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활발한데, 구글이 요청한 정보가 제공될 경우 드론 공격 등으로 국가 주요시설이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구글 지도 업데이트로 자국의 비밀 군사기지가 노출돼 러시아군에 관련 정보가 유포됐다며 구글에 항의했으나, 문제 해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에 반출을 허용할 경우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애플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유사한 요청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교수는 “특정 기업, 국가를 배제할 수 없어 외교 통상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많은 외국 기업들을 허용하게 되면 한국 정부가 사후 감독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도 데이터 반출이 ‘데이터 주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국외 서버로 이전할 경우 한국 정부의 사전·사후 규제를 받지 않게 되면서 서비스에 대한 주도권과 결정권이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요청하는 배경엔 인공지능(AI) 데이터 확보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목적이 깔려 있다”며 “이 데이터들이 AI 학습용으로 활용될 경우 국가 AI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간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도 강조됐다. 황철수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미국이 국가지리정보국(NGA)을 운영하는 것처럼 현재 국토부 산하에 있는 공간정보 관련 기관을 대통령실 직속 기관으로 격상해 국가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