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민브랜드 겨냥한 LG전자… 3번째 가전 공장 짓는다

입력 2025-05-09 00:21
LG전자가 인도 스리시티에 현지 3번째 가전 공장을 착공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스리시티 공장 조감도.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인도에 3번째 가전 공장을 짓는다. 6억 달러(약 8400억원)를 투자해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한다. 인도 내수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큰 데다 주변국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8일(현지시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서 가전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100만㎡ 부지에 연면적 22만㎡ 규모로 들어서는 공장은 2026년부터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생산 능력은 냉장고 80만대, 세탁기 85만대, 에어컨 150만대, 에어컨 컴프 200만대 수준이다. 2026년 말 에어컨 초도 생산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컴프 생산 라인 등을 순차 가동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인도 공장 추가 투자에 나선 것은 내수와 인접 국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앞서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신흥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스리시티 가전 공장은 인도 전역과 중동, 남아시아(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등 인근 국가에 가전제품을 공급하는 생산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가전 시장이 성장할 여력이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인도 시장 내 세탁기와 에어컨 보급률은 각각 30%와 10% 수준으로, 빠른 경제 성장으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신공장은 인도 남동부 거점도시 첸나이 인근으로 인도양 해안과 인접해 수출에 유리하다. 게다가 인도 북부에 있는 노이다 공장과 중서부의 푸네 공장보다 인도 남부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기 편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췄다. 생산 품목도 인도 내 프리미엄 가전 수요와 인접 국가로의 수출을 고려해 프렌치도어 냉장고, 드럼 세탁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가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늘어난 생산력을 토대로 현지 생활 양식에 최적화한 제품 생산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인도인들이 채식 위주 식문화로 넓은 냉장 공간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꿀 수 있는 컨버터블 냉장고를 선보였고, 전통의상 사리의 부드러운 옷감에 맞춘 전용 코스를 탑재한 세탁기도 출시했다.

LG전자는 생산 역량뿐 아니라 판매·서비스 역량을 키워 인도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 전역에 브랜드샵 700여곳과 서비스센터 900여곳을 운영 중이고, 12개 언어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LG전자는 인도의 엄청난 잠재력을 인식하고, 인도의 발전에 전념하고 있다”며 “제조업, 혁신 및 인재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우리는 인도가 세계 경제의 핵심 기둥이 되기 위한 여정에 기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