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 제동에도 韓 원전 계약 승인한 체코 정부

입력 2025-05-09 01:20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지난 7일 프라하 체코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한국과 체코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ㆍ체코 원전산업 협력 약정(Arrangement) 체결식에서 약정서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체코 정부가 자국 법원의 제동에도 어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계약을 전격 승인했다. 지난 6일 체코 법원이 원전 사업에서 탈락한 프랑스 측의 계약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음에도 되레 정부 차원의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 지은 것이다. 체코 정부는 항고 법원이 계약 체결을 다시 허가할 것으로 보고 한시도 원전 사업을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원전 역량에 대한 기대가 승인 조치의 바탕이 됐다는 평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입찰 경쟁사들의 잇단 이의 제기로 본계약이 미뤄졌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낸 가처분 신청은 본계약 서명식 하루 전날 받아들여졌다. 눈길을 끈 건 이런 난관에도 체코 정부가 계약 성사에 적극 나선 점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한수원의 제안은 모든 면에서 최고다”라고 했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핀란드와 영국 등에서 원전을 늑장 건설한 EDF와 달리 한국 원전 업계의 칼 같은 납기 준수는 정평이 나 있다. 체코 정부도 이런 점을 신뢰해 계약을 사실상 보증한 것이다.

원전은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산업을 지원할 전력 공급의 핵심이다. 그래서 탈원전을 선도했던 독일·이탈리아를 비롯해 영국,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이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이런 글로벌 원전 붐에 저비용, 고효율의 한국 원전 기술에 대한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환영해야 할 일임에도 정작 국내 원전 업계들은 요새 걱정이 많다. 정권이 교체되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전임 문재인정부처럼 원전 활성화 기조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별 말이 없어 더욱 업계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탈원전과 AI 강국은 상호 모순이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에너지 정책에 진영과 이념을 내세워선 안된다. 업계의 걱정이 기우로 끝나도록 이 후보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