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산불 한달여 지나서야… 국가유산청, 방염포 지침 마련

입력 2025-05-08 19:03
작업자들이 8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에서 산불 이재민을 위한 임시 조립주택을 설치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6일 경북 산불 복구비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1조8310억원으로 확정함에 따라 복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산불 등 화재 발생 시 국가유산 피해를 막기 위한 방염포 설치 지침이 뒤늦게 마련됐다. 산불 현장에서 사용한 방염포가 매뉴얼도 없이 주먹구구로 설치된다는 본보의 문제 제기(4월 3일자 ‘기적의 방염포? 설치 지침도 없었다’) 이후 한 달 여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등 화재 시 국가유산 방염재 기준 및 설치 지침’ 제정안을 최근 행정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방염재는 불에 타지 않도록 화학적 처리를 한 천(방염포)이나 막 등을 말한다. 제정안에는 설치 분류기준, 성능 및 시험·인증 요건, 설치 및 해체 시 준수 사항, 설치·해체 주체 등이 담겼다. 성능 요건에서는 ‘국가인증기관으로부터 준불연(난연 2급) 이상의 성능 인증’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포함하지 않아야 할 것’ 등이 적시됐다.

산불 당시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이 소실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국가유산청은 ‘기적의 천’ 방염천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만휴정에 친 방염천은 목재 화재 시 효과가 없는 난연 3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염천 작업에 동원된 현장 인력들은 가려움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침을 서둘러 제정하다보니 구체성이 부족해 현장에서 적용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예컨대 제정안에는 ‘강풍 등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 등의 표현을 썼지만 고정할 때 무엇을 써도 되는지, 또 어느 범위까지 허용될지 등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즉 방염천을 고정하려면 타카나 못 등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문화유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이나 수치를 사용하는 등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19일까지 행정예고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의 전국적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에 대해 2026년까지 488억 투입해 순차적으로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