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위해 눈물 기도하니 상처 치유… 관계 회복 선물받았죠”

입력 2025-05-09 03:01
‘부모님을 위한 특별새벽기도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8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가정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어버이날인 8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에서 열린 ‘부모님을 위한 특별새벽기도회’. 한지연(가명·31)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의 사고는 신앙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한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5월 한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처음 마주했다.

“아버지는 얼굴과 턱에 큰 부상을 입어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숨 쉬기 위해 목에 관을 꽂고 계셨죠.”

그런데 아버지는 힘겹게 종이를 들어 한 문장을 적어 딸에게 건넸다. ‘밥은 먹었니.’

“그 한 문장이 제 마음을 울렸어요. 고통 중에도 제 걱정을 하시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죠.” 한씨는 아버지의 사고를 계기로 “겉모습이나 과거의 서운함보다 아버지 자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됐다”며 “그 사건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게 됐다”고 했다.

아버지는 이후 병상에서 “하나님은 정말 살아 계셔.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한씨는 아버지의 고백을 통해 신앙이 더욱 깊어졌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됐다.

그는 이번 특별새벽기도회에서 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많은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기도회를 통해 부모님에 대한 감정의 회복과 부모님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선한목자교회 젊은이교회가 2008년부터 매년 5월 어버이주간에 주최하는 기도회에서는 한씨처럼 아픔과 회복의 사연이 있는 간증들로 가득하다. 온오프라인으로 600여명이 참여한 올해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리본(Reborn): 너는 내 아들이라’를 주제로 열렸다. 청년들이 가정에서 실제로 겪은 고민과 상처를 기도의 자리에서 내려놓고 소모임을 통해 나누고 회복하는 기도회로 자리매김했다. 중보기도팀장 홍단비(28)씨는 이날 “이번 기도회는 하나님 자녀로의 정체성 인식과 관계 회복, 순종이 복음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에게는 자녀를 위한 부모의 기도는 자연스럽지만 부모를 위한 자녀의 기도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기도 응답으로 가정의 평안을 경험한 청년들은 신앙공동체를 위해 중보기도를 하는 등 기도의 지경이 넓어지고 있다.

목회자 자녀인 김찬영(29)씨는 “부모님을 위한 기도에 집중하면서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과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9년간 기도회에 참석한 임현선(31)씨는 “기도를 통해 가정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하나 됨을 느꼈다”며 “부모에 대한 저의 상처가 회복되니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청년들과 그들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성남=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