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박물관 ‘개교 120주년 특별전’
국보인 동궐도, 혼천시계,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 등 국가 지정 문화유산을 포함한 희귀자료 120건, 170여 점이 쏟아졌다. 이중 동궐도는 조선 순조 연간에 도화서 화원들이 동궐인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각과 궁궐 전경을 조감도식으로 그린 궁궐 그림인데, 고려대박물관과 동아대박물관에 각각 소장되어 있다. 고려대박물관 소장본은 국보라 전시 기간 중 2주 간격으로 원본과 복제품을 교체해 선보인다. 1880년대 만들어진 ‘경복궁배치도’는 희귀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인 ‘전기등소(電氣燈所)’의 위치가 기록돼 고종시대의 근대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 명품 회화도 볼 수 있다.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와 ‘청풍계도’,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를 볼 수 있다. 이밖에 표해록, 북행록, 서유견문 등 견문록, ‘3·1운동 재판기록’ ‘4·19혁명 부상자명단’ 등 기록 문화, 한민홍 교수의 자율주행차 ‘KARV-1호’ 등 일상 문화까지 시대 변화상을 조감할 수 있는 유물들이 나왔다. 12월 20일까지.
#겸재정선미술관 ‘개관 16주년 특별전’
벼슬 복이 많았던 겸재 정선은 65세에는 양천(현재의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현감이 됐다. 이런 이유로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생겨난 구립 겸재정선미술관이 개관 16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성균관대학교 같은 주요 대학박물관 등이 소장한 금강산 그림을 모아 ‘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전을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 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 소장 ‘겸재정선화첩(謙齋鄭敾畵帖)’이다. 이 화첩은 한국을 방문한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1925년 금강산을 여행하던 중 구입해 독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상트 오틸리엔(St. Ottilien) 수도원이 소장했던 이 화첩은 2005년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됐고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됐다. 화첩에는 진경산수화, 산수인물화, 고사인물화 등 겸재 그림 21점이 있고 그중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은 ‘금강내산전도’ ‘만폭동도’ ‘구룡폭도’ 등 3점이다.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겸현신품첩’은 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의 작품을 모은 화첩이다. 여기에도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산 그림 ‘혈망봉도’와 ‘만폭동도’가 있다.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해동명산도’도 나왔다. 김홍도가 1788년 전후 정조의 어명으로 같은 화원화가 김응환(金應煥)과 함께 50일간 관동과 금강산 지역을 여행하고 다녀온 뒤 그렸다. 근현대기 대표 화가인 소정 변관식의 ‘금강사계’, 고암 이응노의 ‘몽견금강’, 그리고 김호득·김선두 등 동시대 작가들의 금강산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송희경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겸재정선미술관 전시에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6월 25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특별전’
특별전 제목은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이다. 제목이 시사하듯 ‘모두의 미술관’을 표방하며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포용하는 커뮤니티 뮤지엄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서 같은 전시다. 입구에는 반갑게도 ‘수원역 1번 출구’ 표지판이 서 있다. 남다현 작가의 ‘부정승차의 유혹 in 수원역’으로 딱딱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관을 보다 일상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크리스틴 선 킴&토마스 마더는 수화를 할 때 똑같은 손동작이지만 여기에 얼굴 표정이 더해져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수화의 세계를 벽화처럼 보여준다. 이학승 작가의 ‘3층 상가’는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미술이다. 어느 날 , 자신의 작업실 위층에서 소음이 계속 나서 화가 났다. 알고 보니 위층을 쓰던 시각장애인들이 의자를 옮길 때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의자가 가까워지면 자동적으로 나오게 한 소리였던 것이다. 천근성 작가는 수원역 인근에 전시장을 마련해 카페를 운영하면서 커피와 손님들의 창작품을 교환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 결과물을 전시장에 카페 형식의 설치물에 전시함으로써 예술과 일상이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8월 24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