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만에 다시 뵌 아버지 얼굴

입력 2025-05-09 02:07
서울 동작구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서 8일 열린 6·25전사자 유해 얼굴복원 유가족 초청행사에서 고 송영환 일병의 딸인 재숙씨가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권현구 기자

국방부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6·25 전쟁 전사자인 고(故) 송영환 일병의 유해를 영정사진으로 복원해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합동으로 6·25 전사자의 얼굴을 복원한 첫 사례다.

국유단은 송 일병의 외동딸 송재숙(76)씨를 초청해 아버지 유해를 바탕으로 완성한 ‘2D 표준영정’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송 일병이 전사하던 당시 송씨는 세 살이었다. 그는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2020년 직접 국유단을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제공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이날 송씨는 평생 처음으로 마주한 아버지 영정 앞에 카네이션을 놓았다.

송 일병은 2013년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에서 발굴돼 지난해 10월 238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9사단 소속 호국 영웅이다. 송 일병은 1950년 12월에 입대해 이듬해 3월 17일 정선 전투에 참전했다가 총상을 입고 전사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송 일병 유해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62년이 걸렸고, 신원 확인까지는 11년이 더 걸렸다. 이후 11개월간의 유해 복원 대장정 끝에 생전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국방부는 수개월간 얼굴 복원 작업에 매달린 국과수 관계자에게도 표창을 수여했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호국영웅의 얼굴을 복원하는 것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낸 분의 명예를 선양하는 것을 물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원준 국과수 수석법의관은 “국과수가 얼굴 복원 감정을 통해 국유단의 6·25 전사자 신원확인과 그 넋을 기리는 데 협력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