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국민 불안감 조장하고
지도층이 평화 뒤흔드는 시대
지금까지 이 나라 구한 것은
영웅 아닌 상식 지켜온 시민들
뉴스 읽다가 다시 불안해지면
친구 만나고 이웃 만들어가길
지도층이 평화 뒤흔드는 시대
지금까지 이 나라 구한 것은
영웅 아닌 상식 지켜온 시민들
뉴스 읽다가 다시 불안해지면
친구 만나고 이웃 만들어가길
신문을 읽다가 뉴스를 보다가 문득 불안할 때가 있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가. 지도층이라는 분들은 왜 공동체의 평화를 흔들어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드는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소동 이후 그런 불안은 더 자주 찾아왔다.
그럴 땐 잠시 신문을 덮자.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 창밖을 보자.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겨울 폭설에 얼었던 나무가 다시 초록 잎을 틔우고 있다. 계절은 순서를 어기지 않는다. 산과 강은 그 자리에서 제 할 일을 열심히 한다. 뉴스보다 오래된 진실이다. 기자와 방송 패널은 호들갑을 떨지만 세상은 아직 괜찮다.
그래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연락처를 뒤져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 “그냥 생각나서”라는 말이 어색하다면 방금 읽은 뉴스를 화제로 삼아도 된다. 정치 이야기에 욕설을 섞을 수 있고, 대선에서 누구를 뽑을지 긴장하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삶은 나쁘지 않다.
그럴 친구가 없다면 뉴스로 세상을 관찰하는 일보다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일이 먼저다. 동호회를 찾든, 교회를 나가든, 주민센터 강좌에 등록하든 이웃을 만들어 보자. 혼자 있으면 작은 걱정이 큰 불안으로 커진다. 감당하지 말아야 한다. 카페 주인이나 슈퍼 직원과 주고받는 인사 한마디에도 우리의 일상은 더 단단해진다.
뉴스는 본래 불안을 불러온다. 새로운 정보는 낯선 상황을 경계하라는 인간의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인공지능은 유용하지만, 대다수는 “이게 내 일자리를 없애지 않을까” 걱정부터 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예측 불가능을 싫어한다면서 바로 그 불안을 틈타 이익을 챙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 발언을 했다가 며칠 만에 번복했다. 전 세계 주가가 출렁이는 사이에 트럼프 측근들이 주식을 사들였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시장이 얼마나 날렵하게 불안을 이용하는지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선 대법원이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뒤집고 파기 환송한 판결이었다. 6공화국의 대법원에서 볼 수 없었던 전광석화 같은 재판이었다. 법률과 재판관의 양심만 아니라 정치적 의도까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걱정으로 바뀌기에 충분했다.
서울고등법원이 파기환송심을 대통령 선거 뒤로 미루면서 불안은 해소됐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이 또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당 대선 후보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대법관 10명을 모조리 탄핵하겠다거나, 삼권분립은 필요 없다는 식의 발언은 걱정스럽다. 지금도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겠다, 대법 특검을 도입하겠다, 대선 출마자는 형사재판을 미루도록 하겠다고 한다. 입법권으로 사법부를 흔들겠다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170석 넘는 국회 제1당이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과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국민의힘 쪽을 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에게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기껏 세운 후보를 흔들고 외부에서 업어오려는 행동도 불안하다. 바로 직전 대통령을 그렇게 모셨다가 어떤 꼴을 봤는지 다 잊어버린 것 같다. 보수는 신념도 지조도 없고 제 살길만 찾다가 망해버릴 것만 같다.
정치가 불안을 조장하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미래 비전을 말하기보다 상대의 결함을 잔뜩 부풀리는 쪽이 더 쉽고 빠르게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저 사람만은 절대 안 된다”는 말로 선거를 치른 게 한두 번인가. 상대편이 안 되도록 자기를 찍어야 한다고 유권자에게 불안을 주입하는 선거운동이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됐다.
불안에 함몰돼선 안 된다. 나의 정신건강에도 안 좋지만 나라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이 나라를 지금까지 지켜온 건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온갖 고초에도 상식과 일상을 지켜온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마다 능력과 한계를 안고 나온다. 흠결 없는 후보도 없고 능력 없는 후보도 없다. 누구를 찍든, 우리는 그의 장점을 칭찬하고 단점은 말리고 싶다는 얘기를 이웃과 나누며 또 5년을 견딜 것이다. 뉴스를 읽다가 문득 불안해진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자. 나무는 두려움 없이 다시 잎을 내고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자란다. 그게 더 중요하다.
김지방 디지털뉴스센터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