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달을 꼽으라면 5월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은 5월을 찬양했다. 이해인 시인은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것이 5월이라고 했다. 5월은 나무의 초록도 연하니 참 예쁘다. 형형색색의 꽃도 많이 펴 곳곳에서는 꽃축제가 열린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찬란한 달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5월에는 다양한 기념일이 몰려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부부의 날까지 기념하고 축하할 일이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5월은 자살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자살예방계에서는 ‘봄철 자살’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자살이라고 하면 우울증과 연결하여 겨울철에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햇빛도 안 나오고, 생명이 움츠러드는 계절이니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자살이 많은 계절은 오히려 봄이다. 겨울을 견뎌 내고 새순이 오르며, 아름다운 꽃이 가득 피어나는 계절인데 오히려 죽음은 더 무섭게 사람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 계절의 문제를 일조량과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갑자기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감정이 변한다는 것이다. 물론 햇볕을 쬐는 것은 정신건강이나 몸 건강에 좋다. 그러나 그것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늘어날 때, 그 변화가 정신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우울증으로 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햇볕은 그렇게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그 외에 생각해 볼 것은 상대적 소외감이다. 기념일을 맞아 가족이 모이는데 자신만 외롭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많이 힘들게 한다. 특히 기념일이라고 가족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고, 행사가 진행되는데 그 가운데 속하지 못하는 마음은 쉽지 않다. 거기에 사람들이 봄을 맞아서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면서 SNS에 사진을 올린다. 그런데 자신은 그럴 여유도 없고, 능력도 안 된다. 그러니 더욱 마음이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면서 자살예방계에서는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카페인이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자를 딴 줄임말이다. 삶의 상황이 어렵고, 마음이 힘든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 갇혀 지낸다. 어두운 방에 들어가 휴대폰만 만지고 있다. 그런데 휴대폰과 마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좋은 데 놀러 가서 예쁜 사진도 찍고, 친구들과 어울려 식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나만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이 더 심해진다.
우리나라에 자살이 많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알다시피 2003년부터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0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내려올 것 같지 않다. 워낙 2위와 차이가 있는 1위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자살률 1위를 하면 국가적 비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예방대책을 세워서 바로 자살률을 낮춘다. 대표적인 국가가 핀란드나 일본이다. 핀란드는 심리부검을 실시해 자살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에 맞게 맞춤형 자살예방을 펼쳐 성공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운동을 일으켰다. 이제 핀란드는 9위로 내려왔고, 일본도 4위로 내려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자살예방은 가능하다는 것을 이 나라들이 증명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와 사회가, 그리고 시민 모두가 자살예방에 나서야 한다. 누구에게 맡겨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5월에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즐거운 시간 누군가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5월이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기를 기원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
목회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