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서로 다른 문화의 재미

입력 2025-05-09 00:35

일본 K북 진흥회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돼 두 달간 도쿄 가구라자카에 머무르게 됐다. 일본에 도착한 첫날 번역가 시미즈 지사코 선생, 쿠온 출판사 대표인 김승복 선생과 저녁을 먹었다. 신선한 생선회와 바삭바삭한 튀김, 시원한 메밀국수가 차례로 나왔다.

식사를 하다 보니 김 선생이 생선회를 먹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먼저 고추냉이를 간장에 조금 넣은 뒤 식물 줄기에 달린 깨알 같은 것을 젓가락으로 훑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호지소(穂紫蘇)란다. 생선회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지소(紫蘇)의 꽃이 핀 줄기 부분을 털어 넣는 것이다. 재밌어 보이길래 따라했다. 호쾌한 김 선생은 마지막 남은 회 한 점을 시소잎에 싸서 드셨다.

시미즈 선생은 생선회 위에 고추냉이를 얹어 간장에 살짝 찍어 드셨다. 그리고 메밀국수를 먹을 때는 고추냉이, 파와 무즙도 간장에 적당히 섞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에는 면 삶은 물을 소스에 붓고 마셔보라고 권해서 한 모금 마셔보았다. 시미즈 선생은 젓가락 받침 위에 젓가락을 수평으로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젓가락이 입에 닿는 부분을 왼쪽으로 둔 것이다. 평소 식사 예절이 몸에 밴 자연스러운 몸짓이었다. 한국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 사용하는데, 일본은 거의 젓가락 하나로 식사하는 문화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져 먹고 국물은 그릇을 들고 마신다. 한국에서는 국물을 먹을 때 그릇을 들지 않고 상 위에 놓고 먹는다. 공통점도 있다. 밥그릇에 젓가락을 꽂거나 그릇 위에 가로질러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식은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반영한다. 거기에 삶을 대하는 자세가 드러난다. 정갈하고 아름다운 접시에 음식을 담거나 장식하는 모습에서도 그 나라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듯이.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와 매력을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다른 나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신선한 재미 아닐까.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