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신학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오래됐습니다. 플라톤주의가 기독교 사상에 미친 영향도 이 중 하나입니다. 여러 주요 성서학자들은 기독교 초기 문서인 신약 성서에 플라톤주의의 흔적이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이처럼 원시 기독교 신학 사상사나 신약 성서 연구에 빠지지 않는 주제가 플라톤주의입니다.
저자 루이스 마코스 박사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남부의 기독교 대학인 휴스턴침례대에서 문학을 가르칩니다. 특별히 CS 루이스를 연구하면서 루이스의 작품에 나타난 플라톤적 세계관에 깊은 관심을 두고 플라톤주의가 태동한 사상적 배경 및 초기 기독교와 이어지는 시대에 미친 영향을 세밀하게 고찰합니다.
‘플라톤 사상이 기독교 신앙에 미친 영향’이란 부제가 이 책의 전반적 흐름을 잘 드러냅니다. 먼저 저자는 플라톤의 사상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다양하고도 적절한 인용을 제시할 뿐 아니라 그 전후 문맥과 배경을 훌륭하게 설명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이 초기 기독교 신학의 삼위일체론, 영육 이원론, 기독론의 성육신, 속죄, 부활뿐 아니라 서구 역사의 위대한 사상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핍니다. 책에 언급된 이들은 오리게네스와 나지안조스의 그레고리오스, 니사의 그레고리오스와 아우구스티누스, 단테와 에라스뮈스, 데카르트와 CS 루이스 등입니다.
저자는 일반 은총의 차원에서라도 독자들이 플라톤을 연구하고 그의 저작을 읽어내길 기대합니다. 이 지점에서 그는 신과 인간의 본질, 하늘과 땅, 역사와 영원, 미덕과 악덕, 사랑과 죽음과 같은 철학적 주제가 기독교 신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강조합니다. 흥미로운 건 저자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현대의 작가 CS 루이스에게 마지막 한 장을 할애해 플라톤의 사상이 루이스에게 폭넓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밝힌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저자의 주장 전개를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에 언급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할 경우 비교 분석의 여지가 크게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은 플라톤 사상과 기독교 플라톤주의의 역사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철학적 사유를 하는 청년 기독교인에게 매력적인 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