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정성 논란에 부담… “민주당 압박 통했다” 우려도

입력 2025-05-07 18:49 수정 2025-05-08 00:25
연합뉴스TV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7일 기일 연기를 결정한 데는 재판 공정성 논란 확산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 전 예정된 재판을 진행하려던 ‘대장동 재판부’도 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미뤘다. 신속한 재판 진행 의지를 보였던 법원이 민주당의 거센 반발 이후 잇따라 기일을 변경한 것을 놓고 법원 독립 측면에서 부적절한 사례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지난 2일 이 후보 사건 배당 당일 공판기일을 오는 15일로 지정하고 집행관 송달을 진행하는 등 신속한 재판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의 이례적 속도전에 민주당이 공정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이 후보 측 기일변경신청서를 접수하고 오전 중 곧바로 기일을 6월 18일로 연기했다. 이 후보 측은 신청서에 “피고인은 ‘사법리스크’ 위협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다”며 “일반 선거인은 피고인의 피선거권을 박탈하지 않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기일을 변경하며 “법원 내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사실상 민주당 압박 때문에 기일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고법 판사는 “법원이 재판 진행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가 정치적 압박을 받자 갑자기 거둬들인 외관이 됐다. 법관 독립 측면에서 안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애초 선거를 고려해 신중히 기일을 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쪽에서 반발한다고 기일을 바꾸는 것 자체가 법원이 정치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법원을 압박하면 다 통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피고인 사정을 고려해 기일을 변경하는 건 통상적인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선거운동을 공정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런 사정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장동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권)도 이 후보 측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달 24일로 기일을 변경했다.

남은 재판 재개 여부는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후보 당선 시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선거법, 대장동 사건 외에도 위증교사 2심(서울고법), 대북송금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1심(수원지법) 재판을 받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