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시간은 나의 편’… 한덕수 ‘여론은 나의 편’

입력 2025-05-08 02:02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후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너무나 강하고 분명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 논의 테이블이 차려지기도 전에 삐걱대는 건 양측의 정치적 지형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전체 지지율은 물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든 안 넣든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절차만 진행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타이틀을 거머쥐며 당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손에 넣었다. 단일화 논의를 서두르지 않고 한 후보의 약점인 ‘시간’으로 압박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속도전이 필요한 한 후보에게 김 후보는 지공으로 맞서며 단일화 주도권을 둘러싼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7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당대회 이후 김 후보의 입장은 “단일화는 반드시 하겠다. 그런데 왜 그 시점이 꼭 11일 이전이어야 하느냐”로 요약된다. 김 후보 측은 단일화 불가피성은 인정하면서도 일정을 밝혀 달라는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의 ‘시간끌기’가 ‘기호 2번’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까지 한 후보와의 단일화 결론이 나지 않으면 자연히 김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로 등록되는 상황이고, 무소속인 한 후보는 후순위 기호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국민의힘 울타리 밖에서 자력으로 레이스를 뛰며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후보 등록 이후의 단일화 논의는 김 후보가 칼자루를 쥐고 이뤄질 공산이 크다.

김 후보가 단일화 범위와 관련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함께 거론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한 후보와의 단일화 하나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지금 빅텐트 단일화를 거론하는 건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후보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가 안 되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연책을 쓰는 김 후보의 명분을 흔들려는 일종의 압박술로도 보인다. 한 후보는 “정치적인 줄다리기는 하는 사람만 신나고 보는 국민은 고통스럽다. 그런 짓 하지 않겠다”며 김 후보 측을 직격했다. 물론 여기에는 당의 돈과 조직 없이는 레이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려 역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여론조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 4~5일 진행한 단일화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 후보는 27.6%로 김 후보(25.9%)와 오차범위 안에서 경쟁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한 후보가 46%로 김 후보(25.8%)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