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나경원 만난 김문수, 당 지도부 연락은 막았다

입력 2025-05-07 18:55 수정 2025-05-08 00:16
김문수(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당 경선에 참여했던 안철수 의원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허겁지겁 단일화를 밀어붙일 거였다면 도대체 왜 경선을 치렀느냐”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실 제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대선 경선 과정의 경쟁자였던 나경원·안철수 의원을 차례로 만났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당 내부를 끌어안는 동시에 자신이 경선 절차를 통한 정당한 후보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이날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회동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나 의원과 안 의원을 만나 후보 단일화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나 의원은 1시간가량 김 후보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김 후보께 많은 국민과 당원들의 단일화 요구를 전달했고, 한 후보와의 회동에서 진일보한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는 요청을 드렸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당헌·당규에는 후보 교체가 없다.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후보를 교체한다면 공당으로서의 모습이 될 수 없다”며 “어쨌든 전당대회 절차를 거쳐 당선된 후보가 (단일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 의원도 김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경선에서 선출된 공식 후보이니 김 후보 본인이 생각하는 단일화에 대한 타임 테이블(일정표)을 제시하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김 후보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대국민 사과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김 후보는 “안 의원 말에 공감하고 사과 제안도 적극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안 의원 측이 전했다. 안 의원은 김 후보와의 회동에 앞서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후보가 점지된 후보였다면 우리 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은 들러리였던 것인가”라며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허겁지겁 단일화를 밀어붙일 거였다면 도대체 왜 경선을 치렀나. 차라리 가위바위보로 우리 당 후보를 정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전날 영남 일정을 취소하고 올라오는 길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도 약 40분간 통화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뒤에서 경선 과정에서부터 단일화를 전제로 한 후보 출마론을 띄웠다고 주장하며 김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당 지도부와는 여전히 ‘연락두절’ 상태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에도 김 후보는 의원총회 참석을 요청하러 캠프 사무실을 찾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과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전날 대구·경북(TK)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올라가는 차 안에서 한 후보와 회동 계획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의 한 측근은 “한 후보와의 회동은 김 후보가 참모들과 상의하지 않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내각 한솥밥을 먹은 한 후보에게 김 후보가 직접 연락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단일화를 안 하려고 한다는 관측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는 측근들의 전언에 “정말 그러하냐”고 다소 놀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어 회동 장소를 정하기도 전에 한 후보와의 독대 소식을 입장문을 통해 먼저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