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된 이후에도 입법권을 휘두르며 이 후보 엄호의 고삐를 바짝 좼다. 이참에 ‘사법 리스크’의 싹을 완전히 자르고 가겠다는 태세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범죄자 이재명을 위한 면죄부 발급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7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9인을 직권남용과 부정선거운동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심리에서 유죄 취지로 판단한 대법관 10명에게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판결 내용을 빌미로 공당이 법관을 상대로 고발전에 나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재판기일 연기와 무관하게 대법원에서 있었던 재판, 대법원에 의한 대선 개입 및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그 과정에 대해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당장 이날 고발한다는 계획을 바꿔 고발 시점은 다시 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오는 14일 ‘조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해당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안건을 통과시켰다. 청문회 증인 명단에는 이 후보 사건 선고에 참여한 대법관 12명이 모두 포함됐다.
법사위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이 후보 사법 리스크 차단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됐다.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 당선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형사재판의 공판 절차를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후보가 6·3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임기 동안 모든 형사재판에서 자유롭도록 현행법을 손질한 것이다. 행안위는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빼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이른바 ‘골프장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라 현행법 위반이라고 봤는데, 해당 법 위반 근거를 ‘원포인트’로 없애는 것으로, 사실상 이 후보 재판의 면소 사유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사위는 또 ‘김건희·명태균 특검법’ ‘내란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도 차례로 통과시켰다.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정부의 실책을 파고들려는 전략이다. 정권 교체 시 ‘적폐 청산 시즌2’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당초 발의를 검토하던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는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조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완전히 보류하거나 접은 건 아니다”며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관련) 사실 규명을 위한 여러 조치를 진행하면서 탄핵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 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이날 처리한 법안을 열거하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후 기자들을 만나 “이재명은 전두환, 히틀러보다 더 나쁜 놈”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가 진행 중이던 법사위·행안위 회의실 앞 복도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법사위 소속 박준태 의원은 “피고인 이재명 방탄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환 이강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