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찾은 인천광역시교육청 북부교육문화센터(이하 북부센터) 수영장에선 장애학생 수영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50m 레인을 왕복한 학생이 물안경을 이마로 올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코치가 칭찬하자 뿌듯한 듯 활짝 웃고는 이내 물안경을 쓰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다양한 연령대 학생들이 자유형, 배영 등 각자 자신의 종목을 즐겁게 훈련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장애학생 수영선수를 가르치는 김중인 감독은 “장애학생들에게 수영장을 선뜻 내주는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시설 관리자들이 장애학생의 돌발 행동 등을 우려해 꺼린다는 것이다. 그는 “훈련 공간을 찾아 전전했는데, 북부센터가 학교복합시설이어서 교육청 도움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정말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북부센터는 2018년 2월 인천시 부평구에 들어선 학교복합시설이다. 학교복합시설은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투자해 수영장, 체육관, 도서관 등을 만들어 학생과 주민이 공유하는 곳이다. 교육부는 2023년부터 전국 229개 모든 기초지자체에서 학교복합시설이 1개 이상 설치되도록 매년 40곳씩 확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총사업비의 20~30%를 차등 지원하며, 수영장의 경우 총사업비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북부센터는 지자체가 미산초등학교 부지에 만들어 운영하는 시설이다. 체육관과 수영장, GX룸(단체운동실), 강연장 등이 마련돼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은 수영장이다. 수영대회 규격인 50m 레인이 3개, 25m 레인 8개, 유아용 풀이 마련돼 있다. 50m 레인은 주로 초등학생들의 생존수영과 학생 수영선수들의 훈련 공간으로 활용된다. 지난해에는 미산초 등 인근 초등학교 13곳의 학생 5830명이 생존수영을 배웠다. 올해는 초등학교 10곳의 학생 6949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조장덕 생존수영 강사는 “물을 무서워하는 친구를 기다려주고 함께 극복하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성공 경험”이라고 했다.
수영장은 여러 연령층이 만나는 ‘광장’ 느낌이었다. 25m 레인에선 중장년층을 위한 강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물속에서 체조하는 아쿠아로빅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아풀에선 미취학 아동과 부모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북부센터는 학생·주민 1000여명이 매일 방문하는 말 그대로 지역사회의 ‘센터’였다. 2층 다목적강당은 미산초 학생들이 체육관으로 활용한다. 2학년 교실이 있는 복도와 연결된 구조여서 학생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다. 일과 시간이나 주말에는 주민들이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GX실에선 단체운동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이날은 중장년층 여성을 위한 라틴댄스 강습이 준비되고 있었다. 지역 주민 문모(52)씨는 “우리 지역은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진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여서 괜찮은 문화체육 시설이 주변에 없어 아쉬웠다. (북부센터는) 문화강좌와 단체운동, 잘 관리된 체육시설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홍정숙 북부센터장은 “다양한 체육·문화·학습 프로그램과 안전한 시설 환경을 제공해 학생과 주민들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힐링 공간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한국교육개발원 공동기획>
인천=글·사진 이도경 교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