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왜 우리를 선택하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최인욱 중고나라 대표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지난해 4월 중고나라에 합류하면서 이런 질문을 안고 경영을 시작했다. ‘인터파크’ ‘모두싸인’ ‘루트원소프트’ 등 스타트업부터 이커머스·블록체인까지 디지털 전략을 두루 경험한 그는 ‘거래 성사’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중고나라 조직을 재편하고, 사용자 경험과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해 현재 2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중고나라 회의실에서 최 대표를 만나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의 국내 중고시장은 어떤 모습이라 평가하나.
“중고거래는 이제 단순히 ‘싸게 사는 소비’가 아니다. 하나의 쇼핑이고, 가장 본질적인 게 개인 간 거래다. 중고를 사기도 하고 새것을 팔기도 한다. 싸게 팔거나, 비싸게 사기도 한다. 예전엔 ‘저렴한 대안’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실용적이고 순환적인 소비 방식이다. 그 흐름을 연결하는 게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중고거래에서 ‘사기’ 문제는 여전히 주된 그림자로 꼽힌다.
“거래 성사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사기 방지’다. 사기꾼은 아주 부지런하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때문에 우리는 안전결제 도입을 넘어 수십년 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FDS), 인공지능(AI) 셀프검수, J케어 보상 프로그램 등 다층적인 대응 체계를 갖췄다. 앱 안전결제를 이용한 거래의 경우 사기 발생률이 0.001%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30분 이내에 의심 거래를 감지하고 알림을 주는 시스템으로 사기 피해를 3년간 70% 이상 줄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소비자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는 회사’가 중고 플랫폼의 본질적인 가치다. 이 본질에 집중해 조직을 팀 중심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전 구성원이 실시간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명확히 하도록 했다. 거래 성사율을 높이는, 그 기본을 다시 세우는 일에 힘썼다.”
-그중에서도 중고나라의 강점은.
“중고나라의 핵심은 ‘포용성’이다. 전국 단위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고, 생활용품부터 전자기기, 공구, 심지어 농기계나 수집품까지 거의 모든 품목이 거래된다. 무엇보다도 20년 넘게 축적된 방대한 거래 데이터는 중고나라만의 강력한 자산이다.”
-당근과 번개장터 등 후발 주자가 앞서나가고 있지 않나.
“이 질문에는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게 된다. 당근과 번개장터는 각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중고나라는 기존 이용자층에 안주한 측면이 있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우리를 ‘네이버 카페’로 기억하는데, 이는 자산인 동시에 극복할 과제다.”
-취임 1주년을 맞았다. 1년 동안 경험한 중고나라에 대해서 말해달라.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이들이 애용해온 만큼 익숙한 플랫폼이다.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다. 카페와 앱을 합쳐 3000만 가까이 되는 회원 수에서 오는 브랜드 자산도 분명 크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이 플랫폼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막상 들어와서 보니 할 게 많더라. 우리를 선택하게 하는 힘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애매함을 걷어내고, 중고나라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손본 것은.
“‘네이버 카페’와 관련한 부정적 이미지다. 광고로 가득한 ‘업자 중심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 차례에 걸쳐 ‘카페 클리닝’을 단행했다. 중복 게시물과 광고성 글을 정리하면서 업자 게시물이 절반 이상 줄었다. 동시에 광고 효과는 유지되도록 설계해, 셀러와 일반 사용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였다. 광고 효과도 그대로고, 소비자는 쾌적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한 셈이다.”
-AI 기술 도입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AI는 거래의 모든 과정에서 신뢰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수단이다. 최근 도입한 ‘AI 셀프검수’는 사용자가 올린 상품 사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태를 진단하고, 과거 이력과 시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센터에선 욕설이 포함된 메시지를 AI가 먼저 걸러내는 등 감정노동을 줄이는 방식으로도 적용 중이다.”
-궁극적인 중고 플랫폼의 모습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1년은 중고나라가 ‘신뢰 기반 플랫폼’으로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시간이다. 사용자가 신뢰를 체감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글로벌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협력 논의도 진행 중이다. ‘중고 거래를 가장 잘하게 만드는 회사’여야 한다.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