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빠르고 때론 느린 걸음으로 채워진다. 올해 결혼 47주년을 맞은 부부는 그 걸음의 여정 중 추억이 담긴 장면을 고이 모아 에세이와 시로 기록했다. 목사인 남편이 굴곡진 삶 가운데 퍼 올린 은혜와 감사를 이야기보따리 풀어놓듯 써 내려갔다면, 사모인 아내는 남편과 나선 동네 한 바퀴 산책길, 시장에서 만난 주름진 노인 등 가장 보편적인 일상 속 단상을 소재로 온기 머금은 시상을 펼쳐 놓는다. 부부가 사부작사부작 함께 남긴 기록은 빛바랜 일기장을 오랜만에 폈다가 잊고 지냈던 기쁨과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듯 반가움을 선물한다. 장마다 짝꿍처럼 배치한 추억 깃든 사진이 정겹다.
최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