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구직지원금 확대… ‘증세’ 빠진 대선공약 ‘봇물’

입력 2025-05-08 02:11

대선일이 가까워지며 주요 정당 후보들이 복지 지출 확대 및 감세 공약을 줄지어 쏟아내고 있지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이후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연평균 10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수지 악화가 불가피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아동수당(월 10만원) 지급 대상을 현행 만 8세에서 18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월세·통신비 세액공제 및 청년층 구직활동지원금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생애주기에 따른 주택 관련 세금 감면’ 등의 감세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 및 지급액(20만원) 확대 시 재정 소요가 향후 5년간 11조6000억원에서 71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7일 “과감한 재정 지출 개혁과 세입 확충을 해야 현재의 재정 적자 규모를 겨우 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관행처럼 복지 혜택을 늘리고 세금은 줄여주는 공약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후보들의 언급에서 세수 확충을 위한 ‘증세’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쉽게 증세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정·조세 지출 조정을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길게 보면 성장률을 회복해 재정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만드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에도 “재정 관련 대책은 탈루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령화와 경기 침체로 세수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지출 구조조정’의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 총지출 673조3000억원 중 365조원(54.2%)을 의무지출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 수요 증가로 매년 의무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민감한 사안에 손을 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재원 확보를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회에서 ‘윤석열이 남긴 100조 청구서, 차기 정부의 해법은’ 토론회를 열고 “무분별한 감세 기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감세 정책 철회 및 증세 로드맵 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공약 이행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세수 확충을 할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 후보들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