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감안한 듯 연일 군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2년 가까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등 포탄 수백만 발을 지속적으로 제공한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7일 김 위원장이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군수기업소를 현지지도하며 생산 실태를 점검하고 “더 많은 포탄을 생산해 우리 무력의 전력 확대에 이바지해주기 바란다”고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포탄 생산 실적을 평년 수준의 4배, 최고 생산연도 수준의 근 2배로 끌어올리는 혁혁한 장성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연이은 군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중요 탱크공장을 현지지도하며 신형 탱크 위에 직접 올라 무릎을 꿇고 내부를 확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시험발사했는데, 이때도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의 최근 군사 행보는 러시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현호에서의 미사일 발사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배경으로 꼽히고, 신형 탱크와 군수기업 방문은 재래식 무기 증강으로 러시아와 협력 과정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포탄을 늘리고 기계공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하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포탄 지원과 군수공업 부문에서의 러시아와 협력 등을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0월 당 창건일을 앞두고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성과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 기반을 둔 안보 관련 연구기관 오픈소스센터(OSC)는 북한발 포탄 수백만 발이 2023년 9월부터 최근까지 약 20개월 동안 선박, 기차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 최전선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당 창건일에 내세울 수 있는 건 국방력밖에 없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군수 보급 능력이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