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이 오는 15일에서 대선 뒤인 6월 18일로 연기됐다. 이 후보 측이 7일 대선 후보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한 헌법 116조를 들어 연기를 요청했는데 서울고법이 받아들였다. 그간 이 후보 선거법 재판을 둘러싼 일들은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았다. 재판으로 거취가 불투명한 이가 원내 1당 대선 후보가 된 것도 놀랍고, 이후 대법원이 ‘초고속’ 재판으로 이 후보에 대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한 것도 논란이었다. 고법도 대법 판결 하루 만에 재판부 배당은 물론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첫 공판을 잡은 것도 예상 밖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법이 공판을 연기해 논란과 시비가 더 커지는 것을 차단하고,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걷어낸 측면이 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민주당과 이 후보로선 이전보다 홀가분하게 대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런 만큼 더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도 이 후보 1인을 위한 입법을 강행하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일들을 서슴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임기 종료까지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일부를 삭제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처벌 근거를 없애버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사위에선 또 오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2명을 상대로 국회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이런 식의 입법과 사법 압박에 나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민주당의 기대일 수는 있어도 유권자들한테는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이 후보만을 위한 맞춤식 입법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중요한 가치를 흔들어 ‘이 후보가 법 위에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런 점들을 유념해 더 이상 무리수 입법과 사법부 흔들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고법이 민주당 우려와 달리 공정한 대선을 치를 수 있게 공판 연기를 전격 결정했듯, 이 후보와 민주당도 이제는 입법 힘자랑과 사법부 공격이라는 무리수를 접고 보다 더 정정당당하게 대선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