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여정 마친 청년들 “작은 예수로 살아갈 것”

입력 2025-05-08 03:02
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본당에서 열린 크리스천 문화축제 ‘레디컬 페스티벌’에 참가한 1만2000여명의 청년이 성찬식을 하고 있다.

“여전히 연약하지만 날 위해 살이 찢기고 피 흘리신 주님을 기억합니다. 이제 삶의 자리로 돌아가 작은 예수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6일 오후 10시, 1만2000여명의 청년이 모인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본당엔 찬양팀 ‘아이자야씩스티원’의 찬양과 결단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찬 키트를 손에 쥔 청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떡과 잔을 들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며 회개했다.

크리스천 플랫폼 로아스토어(대표 박종우)와 예배사역팀 카우치워십, 국제구호단체(NGO) 사마리안퍼스코리아가 공동 기획하고, 사랑의교회 청년 부서들이 협력한 크리스천 문화축제 ‘레디컬(READY CALL) 페스티벌’ 의 막을 내리는 파송 예배에서다.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욜 2:13) ‘진정한 회개를 통한 진정한 변화’를 주제로 삼은 이번 집회의 핵심 키워드는 ‘카타콤’이었다. 초대교회처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취지 아래 박찬열(노크처치) 김선교(키퍼스처치) 김상인(움직이는교회) 목사가 각각 ‘죄’ ‘회개’ ‘삶의 변화’에 대해 말씀을 전하며 “복음만이 청년을 살린다”고 강조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레디컬 현장은 1만여명의 청년이 참여했던 지난해 첫 회보다 더욱 성황을 이뤘다. 저녁 집회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는 사랑의교회 입구를 넘어 서초역 4번 출구 인근까지 청년들의 줄이 이어졌다.

리펜트하우스 방탈출 게임 마지막 공간인 14층에 도착한 청년들이 삶의 주권을 하나님께 드리는 '명의 이전' 결단서를 쓰고 있다.

현장 곳곳에선 오전 10시부터 ‘회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행사가 청년들의 마음을 예배 앞에 준비시켰다. 가장 주목받은 코너는 방탈출형 전시 ‘리펜트 하우스(RE:PENT HOUSE)’였다. 참가자들은 로버트 멍어의 고전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을 콘셉트로 꾸며진 8개의 공간을 지나며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아봤다. 서재에선 자신을 채우고 있는 사고방식을 점검하고, 벽장 공간에선 숨겨둔 죄의 습성을 직면할 수 있었다. 침실은 성적인 순결에 대해 묵상하는 공간이었다. 마지막 공간인 14층에선 유리벽 앞 빨간 식탁에 둘러앉아 성찬 빵과 포도주 모형을 마주하고 예수 그리스도께 삶의 명의를 이전하는 ‘결단의 사인’을 남긴다. 이후 10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계단마다 적어 둔 마태복음 4장 4절, 디모데후서 2장 2절 등의 성경 구절을 자연스레 묵상하게 된다.

충남 홍성군에서 온 주장원(26)씨는 이 체험을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그는 “침실에서 순결을 상징하는 이름표를 지키는 게임 등 상징적인 체험을 하면서 내가 지은 사소한 죄도 돌아보게 됐다”며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깊은 회개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1층 로비에 마련된 크리스천 굿즈 팝업스토어 '텐트메이커스' 부스 모습.

교회 로비와 외부 광장에서는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푸드트럭, NGO 부스가 운영돼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크리스천 브랜드 60여개가 참여한 ‘텐트메이커스’와 월드비전, 사마리안퍼스코리아 등의 단체가 마련한 미션플라자에는 400여명이 참여해 선교지를 위한 기도와 후원에 동참했다.

2층과 3층에서 진행된 크리스천 리더 10인의 릴레이 강연과 감정언어카드, 자가심리검사 등 심리검사를 받아볼 수 있는 30개의 독립 상담 부스도 청년들이 적극 참여한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선교기념관’은 한국 선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청년대학생 중심의 선교연합운동 선교한국(대표 이대행 목사)의 발자취와 선교사들의 삶을 조명한 공간이었다. 참가자들은 선교지를 위한 기도 카드를 뽑아 나라별 기도 제목에 동참했다. 김도훈(23)씨는 “1988년 선교한국 결의문 중 ‘내 안위 외엔 아무 가치도 없는 교회의 삶에 신물이 났다’는 문장이 가슴을 쳤다”며 “복음 전도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를 총괄한 박종우 로아스토어 대표는 “회개는 끝이 아닌 사랑으로 돌아가는 길이자 복음 위에 다시 굳건히 서는 시작”이라며 “이를 결단한 청년들이 일상의 예배를 회복하고 세상 속으로 파송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