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태원 회장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신뢰 회복 계기 되길

입력 2025-05-08 01:20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 SK텔레콤에서 일어난 해킹 피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SKT) 가입자 약 2300만명의 유심 정보 유출 해킹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의 사과는 사건 발생 19일 만에 나온 것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사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최 회장의 발표는 고객의 분노와 불안을 달래는 첫걸음이자 재도약을 위한 중대한 기로가 돼야 한다. 최 회장이 단순한 사과와 유감 표명이 아닌 전사적인 점검과 시스템 개선,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까지 포함된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밝힌 건 긍정적이다. 그는 7일 “해킹 문제를 보안을 넘어 안보 문제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며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 체계를 검토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회장이 나설 정도로, 이번 해킹 사고는 단순한 기업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과 국가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러기에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책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약속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T는 사고 직후 초동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민관합동 조사단은 지난 6일 SKT 서버에서 8종의 악성코드를 추가로 확인해 분석 중인데 피해 범위가 커질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사고 이후 유심 교체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이미 약 25만명의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SK그룹의 핵심 경영철학인 ‘고객 신뢰’가 훼손된 것이다.

SKT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쌓아 올린 노력의 몇 배가 더 필요할 것이다. SKT는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본질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최 회장의 직접 사과와 발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