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캐시카우’ 하만, 프리미엄 오디오 B&W까지 품었다

입력 2025-05-08 02:23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W) 등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기업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로, 그동안 잠잠하던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에는 데이빗 베컴이 홍보대사로 있는 B&W뿐 아니라 일본에서 설립된 데논, 미국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 브랜드가 포함돼 있다. 이들 브랜드는 프리미엄 오디오 제품으로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B&W의 상징인 스피커 ‘노틸러스’는 대당 1억50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특유의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인기가 많다. 데논은 CD 플레이어를 최초 발명한 115년 전통의 일본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하만의 라이프스타일 사업 부문과 합쳐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마크레빈슨 등 프리미엄 브랜드 등을 기반으로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컨슈머 오디오 시장이 올해 608억 달러(약 84조2700억원)에서 2029년 700억 달러(약 9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 인수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 모바일, TV, 가전 사업에서도 오디오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AKG와 하만카돈 등 사운드 튜닝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삼성전자 갤럭시와 버즈, 태블릿, 사운드바 등에 적용했다.

차량용 오디오 시장 성장성도 크다. 이번 인수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전장(차량용 전자장비) 사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만은 전 세계 5000만대 이상의 차량에 자동차 음향 등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 골프, 포드 F-150, 머스탱 마하-E,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와도 협업해 제네시스 GV80에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RANC) 솔루션을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2017년 약 9조원을 투자해 하만을 인수한 이후로 8년 만에 대규모 M&A에 나서자 시장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인수한 첫해 영업이익이 574억원에 그쳤지만 최근 1조원대 성적을 달성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만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조3076억원으로, 2023년 1조1737억원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번 오디오 브랜드 인수도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사업 실적 측면에서도 기여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