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000m 고원의 바람이 게르(유목민 천막집)를 지나며 불어온다. 초원 위에선 야크와 염소, 말이 풀을 뜯고 몽골제국 창건자 칭기즈칸 조형물이 사람에게 달려올 듯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의 모습이다.
한반도 7.4배에 달하는 국토를 가진 몽골은 인구 340만명 남짓, 인구 밀도는 1㎢당 2명에 불과한 땅이다. 7일 만난 옷곤체스첵(Otgontsetseg·오기·48) 목사는 그 드문드문한 사람들 사이에서 복음을 붙들고 산다. 그는 국립공원 안 유일한 현지 교회인 테를지교회를 이끌고 있으며 몽골 최대 개신교 단체 몽골복음주의협회(MEA) 여성위원회 대표이자 아민골(Amin gol)신학교 교수다.
몽골의 기독교 인구는 전체의 약 1.3%로 추정된다. 그중에서 오기 목사와 같은 여성 파워는 상당하다. 몽골 교회 700여곳에는 목회자 500여명이 사역하고 있는데 여성 지도자의 비율이 특히 높다. 그도 1992년 복음을 처음 접한 후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앙인의 길을 선택했다. 96년에는 가출까지 감행했지만 이후 가족과 화해하며 신학을 공부했고 2010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오기 목사는 “몽골 교회 내 여성 비율이 약 70%에 달하고 목회자 가운데 60%가량이 여성”이라며 “여성 비율이 높은 건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남성은 유목이나 생업으로 학교 출석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몽골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가정 붕괴를 꼽았다. 2022년에는 인구 1000명당 1.3건이었던 몽골 이혼율은 지난해 2.1건으로 증가했고 강력범죄도 2023년에 비해 발생 건수가 2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가정 사역에 집중하는 이유다.
“몽골에서 이혼이 늘고 있고 알코올과 마약 같은 중독 문제가 심각합니다. 부모는 책임감을 잃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은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기독교인은 믿음이 개인에게만 머물게 하지 말고 복음을 통한 긍정적인 영향을 사회에 미쳐야 합니다. 이것이 몽골 교회가 추구해야 할 ‘복음의 열매’입니다.”
MEA도 가정 회복과 여성 지도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MEA 여성위원회는 최근 울란바토르에서 여성 지도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선교단체 올미션(대표 장창영 목사)과 노르웨이 YWAM(Youth With A Mission)이 협력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는 신약 말씀을 주제로 몽골 사회가 직면한 가정 문제와 여성의 책임, 기독교인의 사회적 실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오기 목사는 “여성이 변하면 가정이 살아나고 가정이 살아나면 사회가 변한다”며 “여성이 각자의 자리에서 깨어 있으면 이 나라에 부흥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를지(몽골)=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