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인연

입력 2025-05-09 00:09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가서
고인의 영정 앞에서 눈물이 나는 건
그의 죽음이 슬프거나
그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세속에서 그와 함께 쌓아왔던 인연이
고무줄처럼 튕겨 날아가 눈을 때리기 때문이다
그와 나눈 말이 생각을 지배해왔고
그가 보낸 생각이 관계를 유지해왔으므로
그렇게 맺어진 생각과 관계가 갑자기 툭 끊어져
그렇게 튕겨져 나간 인연이 순식간에 사진 한 장으로 남아
덩그러니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규열 시집 ‘자기조직화 개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