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동물처럼 청개구리의 짝짓기 기간은 짧다. 이 중요한 시간에 수컷 청개구리는 번식 성공률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덩치가 큰 수컷은 낮은 주파수의 ‘개골개골’ 소리로 자신이 덩치가 크다는 점을 과시하며 작은 것들이 얼씬도 못하게 한다. 암컷도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는 수컷에게 끌린다. 건강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게 이미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 덩치가 작은 청개구리는 모태 솔로로 생을 마쳐야 할까. 아니다. 일부 작은 청개구리들은 나름의 생존 방법을 찾아냈다. 자신의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낮은 주파수의 ‘가짜 신호’를 내는 방법을 터득하고는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암컷을 속이는 데 성공할 수 있다.
비슷한 예는 많다. 춤파리 수컷은 암컷을 유혹할 때 직접 만든 비단 고치로 먹이를 포장해 선물한다. 환심을 사고 암컷이 선물을 푸는 동안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춤파리 일부는 자신이 먹다 남은 찌꺼기나 나뭇잎 조각을 비단 고치로 포장한 가짜 선물로 암컷을 유혹하기도 한다. 동물뿐 아니라 가짜 신호를 활용하는 식물도 있다. 호주에 서식하는 일부 난초는 암컷 말벌이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분비하는 것과 같은 페로몬을 내뿜어 수컷 말벌을 속여 수분 성공률을 높인다.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 인간도 인공적으로 합성한 가짜 페로몬으로 해충을 불러 박멸하는 경우도 있다. 가짜 신호에 속는다면 동물은 유일한 목표일 수 있는 우월한 유전자의 대를 잇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굶주림과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자연에서 가짜 신호와 진짜 신호를 가려내는 것이 생존과 연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직한 신호와 가짜 신호를 어떻게 구별할까. 이스라엘의 진화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가 제안한 ‘핸디캡 원칙’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자하비는 정직한 신호에는 ‘비용’(핸디캡)이 뒤따른다고 설명한다. 가정에서 많이 키우는 구피는 암컷과 달리 수컷의 화려한 색상이 인상적이다. 암컷은 더 밝고 더 붉은색의 수컷을 선호한다. 문제는 수컷이 더 붉은색을 띠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에너지를 붉은색 만들기에 써야 하고, 색이 화려하면 다른 큰 물고기들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다. 하지만 수컷 구피는 암컷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직한 신호’를 내보낸다. 이밖에도 수컷 공작의 화려하고 긴 꼬리나 수컷 사슴의 큰 뿔도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기에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는 ‘정직한 신호’가 된다. 생존에 불리한 핸디캡을 감당하면서 살아 남는다는 것은 스스로 생존력과 적응력을 갖춘 우수한 유전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정직한 신호를 구별해내는 것은 동물 못지않게 인간에게도 정말 필요한 능력이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본심을 숨기기 위해 말이나 행동을 통해 거짓 신호를 보낸다. 이걸 간파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혼 전 부정직한 신호에 넘어가면 불행한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고, 투자자라면 기업들이 보내는 가짜 신호에 속아 재산을 잃을 수도 있다. 조만간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정직한 신호를 감별하는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정직한 신호를 무시하고 부정직한 신호를 선택했던 참담한 결과를 수없이 목격했다.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유권자들을 향해 수많은 신호를 보낼 것이다. 그것은 이미지일 수 있고,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손쉬운 겉치장으로 국민을 속이는 거짓 이미지, 비용과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포퓰리즘이 숨어 있다. 청개구리와 구피의 신호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은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다.
맹경환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