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당국이 7월 내 ‘패키지 타결’을 목표로 미국과의 본격적인 실무급 관세 협상에 착수했다. 다만 기존 ‘2+2 협상’의 한 축을 맡았던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퇴에 따라 환율 정책 등 협상 전반에 차질을 빚어 ‘줄라이 패키지’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을 만나 이틀간의 기술 협의를 마쳤다고 6일 밝혔다. 기술 협의란 고위급 회담에 앞서 실무급에서 협의체 구성과 세부 의제 등을 조율하는 절차다.
앞서 지난달 24일 한·미 장관급 2+2 통상 협의를 마친 정부는 양국이 후속 조치 차원에서 관세·비관세장벽, 경제안보, 투자협력 등 분야를 아우르는 6개 안팎의 작업반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국가별 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7월 8일 전까지 품목·국가별 관세 유예를 끌어낸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었다.
하지만 ‘정치 리스크’가 연달아 현실화하면서 통상 당국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최고 책임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일 대권 도전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최 전 부총리도 야당 주도의 탄핵안 상정 이후 사퇴를 택했다. 사상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가 들어서면서 경제 분야 총책임자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특히 최 전 부총리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 임해온 환율 분야의 대미 협상은 차질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양국은 기재부와 미 재무부를 필두로 별도의 통화정책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미국은 원·달러 환율 1400원 안팎의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원화 가치 절상이나 미국 국채 매입 등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이 수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협상에서 이 같은 ‘수장 공백’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실무급 협상에는 (공백의)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한국이 방어해야 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통상 분야에서는 수장 공백이 오히려 시간을 벌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가 참석할 예정이었던 주요 행사도 줄줄이 ‘대참 체제’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를 계기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선 차관보급인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이 대신 참석했다. 지난 2일 열린 금융·외환 분야 최고위 협의체인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는 김범석 차관이 참석했다.
경제 수장 공백 장기화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부총리 사퇴에 대해) 해명해야 해서 곤혹스러운 한 주였다”면서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좋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