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시장에서 ‘코리빙’(공유 주거·Co-living)이 뜨고 있다. 침실과 화장실 등은 독립적으로 사용하면서 주방과 거실 등은 다른 입주자들과 공유하는 주거 형태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포비아(공포증)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꼽힌다.
6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서울시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는 지난 2월 기준 7371곳이다. 2016년보다 4.8배 늘었다. 임대 수요도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2%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코리빙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인 가구는 782만9000명으로 전체 35.5%를 차지했다. 2027년엔 1~2인 가구 비중이 전체 67.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빙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외로움을 해소해주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KB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중 18.1%는 외로움을 주요 걱정사항으로 꼽았다.
주거 기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적인 원룸은 정식 임대차 계약이 2년 단위지만 코리빙은 1~3개월 단위 단기 계약이 가능하다. 방학이나 이직, 출장 등 자주 주거를 옮기는 1인 가구에게 유리하다. 지난해 코리빙에서 13~26개월의 장기 계약을 한 이용자는 전체 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도 코리빙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부동산 전문기업 SK D&D는 최근 부동산 운영 자회사인 DDPS를 통해 국내 코리빙·코워킹 기업인 로컬스티치를 인수·합병했다. 로컬스티치는 현재 전국에서 23개 코리빙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6개 지점에서 코리빙 및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MGRV는 지난달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서울 주요 지역에서 총 4개의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대학생·사회초년생·직장인을 위한 주거공간을 약 1500실 규모로 개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코리빙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동반 거주도 허용하는 추세다. 반려동물 공원이나 전용 목욕시설을 갖춘 공간을 도입하기도 한다.
보증금이 낮고 옵션이 포함된 구조로 초기 자본 부담이 적다는 특징도 있다. 최규정 알스퀘어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 증가와 높은 PIR(주택가격소득비율)로 인해 서울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특히 업무지구 배후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코리빙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높은 임대료는 단점으로 꼽힌다.
알스퀘어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코리빙 임대계약을 분석한 결과 중위 임대료는 90만원으로 일반 월세보다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특히 용산구의 코리빙은 전용면적당 임대료가 오피스텔보다 최대 2.6배 높은 수준이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