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90세까지 살아야 합니다. 60세에 일을 그만두고 향후 30년간 살 준비를 하셨습니까. 그냥 대충 준비하면 안 됩니다. 대학입시, 취업을 준비하듯이 치열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도 50세부터 해야 합니다.”
‘나이는 들어가도 활기차게 삽시다’(국민일보)의 저자 이범렬 장로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현재 87세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아름다운교회(이관형 목사)를 섬긴다.
책은 시니어들에 활기차게 살자고 제안하며 이 장로의 인생과 생각, 느낌 등을 시와 수필로 정리한 것이다. 시니어들이 보기 쉽게 활자를 키우고 여백을 많이 뒀다. 중간에 삽화를 첨가했다.
그는 책에서 몇 가지 새로운 용어를 제안한다. 먼저 60세 이상의 실버세대를 ‘은빛님’이라고 부른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노인, 늙은이, 어르신, 시니어보다 정감이 가고 윤이 나는 세대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보통 60세에 직장에서 나오면 이를 은퇴라고 부르는데 이를 ‘전역’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90세까지 살려면 새로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는 일을 쉬고 삶의 끝자락을 가꾼다는 말이다. 전역은 중장년에 하던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나이 들어가며 친지 선배 후배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많이 보았고 60세가 넘어간 은빛님들 중에는 앞으로 살아갈 일이 까마득하게 남아있는데도 일손을 놓고 사는 분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금의 은빛님들은 그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가정을 돌보고 나라를 일으킨 역전의 용사들로 낙오자로 머물지 말고 새 시대에 맞는 목표를 정하고 새로운 것을 익혀 활기차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어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를 나왔고 직장생활을 하다 1978년 한국유통연구소를 설립, 소장으로 30여년간 일했다. 400여편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에 25년간 출강했으며 각종 미디어의 소자본 창업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다.
나이 들어서도 그는 한국유통연구소 회장은 물론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 9년 전엔 ‘활기차게나이들기포럼’을 만들었다. 이 포럼엔 활기차게 활동하는 70세 이상의 은빛님들이 소속돼 있다. 참인간아카데미 이사장 유연왕 목사, 달항아리 명장 박부원 장로, AD농어촌방송선교회 회장 차재완 장로, 성애성구사 이사장 임선재 장로 등 14명이 회원이다.
또 노인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교회의 노인 교육 프로그램 학장을 8년 했고 노인들이 주축이 된 국제로타리클럽 3040지구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지난 10년간 노인 관련 서적을 꾸준히 탐독했다. 이번 책은 그 결과물이다.
이 장로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와 정부의 역할도 제안했다. “교회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용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발전시켜 정부는 노인들이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기본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이에 맞는 자격증 제도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손주를 돌보더라도 전문 지식이 없으면 손주의 부모인 자녀들조차 불안해한다며 전문적인 베이비시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로는 오는 20일 오전 11시 서울YMCA 7층 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기념식에 앞서 뉴서울필하모닉 공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글·사진=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