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내구성

입력 2025-05-07 00:38

미·중 관세전쟁의 한편에선 양국 체제 경쟁도 한창이다. 초점은 체제의 내구성이다. 관세전쟁에 따른 사회적 고통을 누가 더 오래 감당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거엔 인권, 민주주의, 사회통합 같은 가치가 비교와 경쟁의 대상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우선주의를 내걸면서 주변부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구성 면에선 사회주의와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중국 권위주의 체제가 우세하다고 본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고 2년마다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 관세전쟁으로 물가 상승, 실업 증가, 경기침체 등이 빚어지면 유권자들은 표로 심판한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 관세전쟁을 18개월 내에 마무리 짓지 못하면 참패를 당할 수 있다.

중국은 선거제도 자체가 없다. 인민을 대변하는 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한다. 최고지도자인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은 개인 신상에 이상이 없다면 최소 10년간 재임한다. 임기 제한을 없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소 15년간 재임할 수 있다. 20년이나 25년 장기집권도 가능하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기관지 학습시보의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웬은 “중국에는 미국식 선거가 없다. 이는 중국 지도자들이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국내 정책을 더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3년 3월 취임해 12년 넘게 재임 중이다. 그가 상대한 미국 대통령만 버락 오바마와 1기 트럼프, 조 바이든, 2기 트럼프까지 네 번째다. 시 주석은 1기 트럼프 때의 대미 관계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관세전쟁을 장기간 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방 언론의 관세전쟁 전망에서도 이런 시각은 확인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초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 부과 직후 “중국 권위주의 체제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나 경제성장 둔화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고통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짚었다. 시사지 애틀랜틱도 “무역전쟁의 결과는 그에 따른 고통을 얼마나 감내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며 “트럼프가 정치적 압력을 더 오래 견뎌낼 의지가 있다고 해도, 임기 제한도 선거도 없는 시 주석보다 오래 버틸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중국 학자들도 중국식 국가주도 체제가 사회통제와 내구성 면에서 미국보다 우월하다고 본다. 주펑 중국 난징대 교수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민생과 사회안정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국가주도 체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이 같은 평가를 체제 우월성을 인정한 것으로 오해하는 건 곤란하다. 국민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능력이 크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민들 각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사회안전망이나 복지시스템을 확충하고 고통을 분담하려고 하지 일방적으로 억압하고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문제점은 제로코로나 정책에서 이미 드러났다. 중국은 이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랑하지만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봉쇄와 억압은 무수한 희생과 고통을 낳았다. 이는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는 구호로 상징되는 전국적인 백지시위를 촉발했다. 중국 인민대 스인훙 교수는 중국 체제의 문제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중국의 중앙집중적 권력체제와 이념 전통하에서는 최고지도자를 제외하면 주도권, 창의성, 탐구의 여지가 거의 없다.”

송세영 베이징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