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내홍… 이러고 중도층 마음 얻겠나

입력 2025-05-07 01:10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설득하러 온 김대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 후보는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당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후보로서의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자마자 자중지란에 빠졌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무 우선권’을 내세워 사무총장 교체 등을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는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먼저라며 양측이 충돌했다. 양측은 선대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갈등 봉합에 나섰으나, 당 지도부는 오늘 전 당원을 상대로 ‘후보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당내에서는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후보직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김 후보는 당이 자신을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반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6·3 조기 대선은 국민의힘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찬성한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상계엄으로 빚어진 국정 혼란을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새로운 보수 가치의 정립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러고서야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나.

단일화를 내세워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가 태도를 바꾸는 것도 우습다. 애당초 국민의힘 경선은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로 치러졌다. 한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부터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김 후보는 그러나 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한 후보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을 하루에 세 차례 받고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면서 한 후보뿐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포함한 ‘3자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 약속을 깨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건 당연하다.

지금 당장 여론조사 형태로 단일화를 한다면 한 후보의 압승이 예상된다. 일반 여론조사든,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제한한 여론조사든 한 후보가 김 후보를 넉넉히 앞서고 있다. 한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김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 열세를 뒤집기 위한 어떤 복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당의 후보답게 유불리 따지지 말고 자신이 한 말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