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볼 만한 이색 청보리밭, 군산… 녹색 물결이 선사하는 싱그러운 봄의 향연

입력 2025-05-08 00:00
청보리밭은 녹색 물결로 싱그러운 봄의 향연을 펼치며 청량함을 전한다. 전북 군산시 내초리 메타세쿼이아 숲이 청보리밭 사이에 섬처럼 떠 있다.

가정의 달 5월 녹색 물결의 청보리밭에서 싱그러운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덕분에 봄의 청량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바람에 물결처럼 살랑거리며 손짓하는 보리밭으로 떠나보자. 이색적인 청보리밭을 소개한다.

청보리 물결 속 메타세쿼이아 섬

바다와 강이 만나는 전북 군산에는 아직 덜 알려진 여행 명소가 여럿이다. 대표적인 곳은 내초리 옥녀교차로. 이곳은 원래 광활한 갯벌을 품은 섬이었다. 면적 0.43㎢인 내초도는 전남 지도군 고군산면에 속했다가 1914년에 전북 옥구군에, 1983년에는 군산시 내초리에 편입됐다. 1980년대 군장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간척 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됐다.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새(풀)가 많아 ‘새섬’ 또는 ‘초도’로 불렸다.

이곳은 요즘 청보리밭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농지 사이에 섬처럼 자리 잡은 메타세쿼이아 숲과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푸르게 파도치는 청보리 사이에 메타세쿼이아 숲이 섬처럼 떠 있다. 주위로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시야를 보여줘 더욱 청량한 모습이다. ‘5월 여행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생샷’을 남기려는 관광객과 작품을 건지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람에 찰랑~ 폐목장의 보리밭

충남 보령 ‘천북 폐목장 청보리밭’.

충남 보령시 천북면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낙농가 밀집 지역이다. 전부 목장·목초지라 해도 될 만큼 축산업이 발전한 고장이다. 소여물 용도로 재배한 보리밭은 여행지로도 인기다. 대림농장의 ‘천북 폐목장 청보리밭’이 대표적이다.

이 보리밭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8화에서 주인공 일행의 여행 장소로 나온다.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웅이와 연수의 빗속 키스신의 배경이다. 동화 같은 장면으로 인상을 남겼다.

보리밭은 사과 과수원이었다. 나무를 뽑아낸 뒤 소먹이용 초지를 조성했다. 보리밭 규모는 3만3000㎡(약 1만평). 한 줄기 바람에 찰랑이며 흔들리는 청보리가 푸른 물결을 이룬다. 누구나 드라마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넉넉한 풍경이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보리밭 중앙 하늘과 맞닿은 언덕 위에 허물어진 창고 건물이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의 사과 저장고였다. 2003년 매미, 2010년 곤파스 등 태풍에 지붕이 날아간 뒤 비바람에 삭고 무너진 채 방치됐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로 변신했다. 넓은 통유리창을 통해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청보리 명소다.

올라가는 길은 3곳이다. 천북신흥교회 쪽 입구에서 50m가량 완만한 경사를 따라 걸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닿는다. 이곳에서 보는 마을 풍경도 정겹다. 창고에서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다 뒤돌아보면 보리에 가려진 채 교회 종탑만 우뚝한 풍경도 훌륭하다.

넓은 초록 융단의 수채화 풍경

충남 당진 ‘카페 피어라’.

드넓은 청보리밭을 품은 충남 당진의 ‘카페 피어라’도 핫플레이스다. 카페 안마당에 가면 언덕 너머까지 보리가 살랑대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국적 풍경이 펼쳐진다. 야외 테이블 중 일부는 포토존으로 조성돼 있다. 하얀 테이블 너머 초록 융단이 길게 펼쳐진다. 그 위로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는 풍경이 시원하고 평화롭다. 보리밭에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보리밭 외에도 즐길 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미식이다. 당진에서 오랫동안 한정식 식당을 운영했던 요리연구가가 운영을 맡아 계절에 따라 다양한 케이크를 선보인다. 이곳에서 티타임을 즐기면 눈과 입이 즐겁다.

푸른 물결 넘실대는 가파도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 돌담 사이로 보이는 청보리밭.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는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사이에 있다. 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5㎞ 정도 떨어져 있고 15∼20분 걸린다. 제주도의 부속도서 가운데 우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면적은 87만4328㎡. 서울 여의도의 3분의 1 정도다. 가파도는 키가 가장 작은 섬이다. 뾰족 솟은 가운데가 해발 20.5m에 불과할 정도로 높이가 바다와 거의 나란하다. 가파도의 봄은 푸르름으로 파도친다. 이곳의 보리밭은 53만㎡로 섬 면적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청보리는 ‘향맥’이라는 제주 향토 품종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길고 푸르게 자라 봄이 되면 푸른 물결이 굽이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해질녘에는 보리의 푸른빛이 황금빛으로 변하면서 바다와 하늘과 뒤섞여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보리밭 사이를 지나 마을 안길과 해안, 밭담을 따라 일주하는 5㎞의 가파도 올레길(10-1코스)도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오르막이 별로 없고 길이도 길지 않아 ‘놀멍 쉬멍’(놀며 쉬며의 제주어) 걷기 좋다. 길을 따라 걷다 허기가 진다면 해녀들이 갓 잡은 해삼, 전복, 성게, 소라, 돌미역 등도 맛볼 수 있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