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외교공백 상황… 이주호 대행 체제도 ‘외교 현안 대응 체제’ 갖춰야”

입력 2025-05-06 18:52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강동소방서를 방문해 소방대원과 악수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연휴 기간 소방 안전관리 대책을 점검하고 소방대원들을 격려했다. 교육부 제공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의 연이은 사퇴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체제가 되면서 심각한 외교 공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이나 그를 보좌하는 교육부는 외교·안보, 통상 분야 경험이 없어 외교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6일 “정상이 6개월 사이 다섯 번 바뀌는 최악의 외교 공백 상황”이라며 “새 정부 출범까지 한 달밖에 안 남았지만 외교 현안에 대응할 진용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최상목 체제 때는 한 전 총리가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현재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만한 요인이 대선밖에 없다”며 “대미 외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점인데 그때까지 총괄할 외교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부는 정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TF 내에 외교·안보팀이 있긴 하지만 외교부 인사로는 국장급 1명만 소속돼 있다고 한다. 해당 인사는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외교부로 들어오는 외교 관련 소식이나 문서를 TF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 정도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관련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적어도 외교만큼은 ‘당장 사고만 막겠다’는 식으로 업무를 이어가선 안 된다.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가 정상외교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다. 정부는 미국 측과 상호관세 유예 기한인 7월 8일까지 패키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사령탑 부재로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교체하면서 외교·안보 분야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당분간 안보보좌관을 겸직하게 되면서 의미 있는 고위급 채널 운용이 어렵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방부가 국방전략 수립을 시작한 만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논의도 조만간 진행될 수 있다.

7일 체코에서 열리는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식도 정부와 국회 합동 대표단만 참석하게 됐다. 통상 국가 간 수조원대 계약 체결식에는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가 정상급 인사가 참석하는데 이 권한대행이 자리를 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측에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국회 측에서는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