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는 더 이상 목회자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신학교육도 ‘엘리트 훈련’에서 ‘평신도 동역자 훈련’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박성진(57)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MBTS) 아시아부 학장은 최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평신도도 목회적 소양과 신학적 깊이를 갖추고 교회를 함께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MBTS는 미국 남침례교단 산하 6개 신학교 중 하나로 하버드·예일·프린스턴 신학교 등과 함께 북미신학교협회(ATS)에 속해 있다. ATS 통계에 따르면 MBTS 재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5400명으로 미국·캐나다 주요 신학교 1위다. 이 같은 성장엔 박 학장이 맡고 있는 아시아부의 기여가 크다. 2014년 한국어부 학장으로 부임한 박 학장은 중국어부를 신설하고, 이를 통합 확장해 아시아부로 발전시켰다. 재학생 수도 200명에서 1000명 규모로 커졌다.
박 학장은 ‘평신도 맞춤형 커리큘럼’과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일반신학석사(MTS)에서 문학석사(MA), 목회학석사(MDiv)로 이어지는 단계적 교육과정을 설계해 신학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였다. 그 결과 석사과정 수강생 중 평신도가 약 40%에 달한다. 석사과정은 100% 온라인, 박사과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선교사나 해외 사역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
박 학장 자신도 한양대·포항공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근무하던 평신도였다. 이후 성경번역선교회를 통해 소명을 받아 신학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신학교에 와서야 내가 성경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평신도 역시 신학적 기반 위에서 시대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신학교육의 질이 교회의 수준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AI 기반 번역 시스템을 활용해 제3세계에서도 자신의 언어로 바른 신학을 배울 수 있게 돕는 신학 콘텐츠를 준비 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박 학장은 목회학 박사(DMin) 과정에도 실천 중심 교육 모델인 PBL(Project-Based Learning)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실제 사역지에서 필요한 사역을 분석해 선교·교육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런 훈련은 실제 교회 사역에서 평신도 사역자와 담임 목회자의 협력 연결고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 학장은 현재 한국교회와 신학교를 향해서는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실지 생각하며 동역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교단 헌금으로 신학교와 선교사를 지원하는 미국 남침례교회 사례를 들며 “한국에선 여전히 ‘맨땅에 헤딩’하듯 사역을 시작한다. 작은 교회와 사역자들을 세심히 돌보고 부목사·전도사들이 다음 사역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배려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