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간 단일화 충돌의 시발점은 ‘당 3역’ 중 하나로 회계와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교체 인선이었다. 김 후보는 현 이양수 사무총장을 전격 교체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주도권을 쥐려 했지만 지도부가 이를 막아서면서 양측의 동상이몽 상황이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전당대회 직후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에 앉히는 인선안을 발표했다. 당시 사무총장 교체안은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직후 인사차 찾은 자리에서 김 후보가 일방 통보했다고 한다. 사전교감이 없었다는 의미다.
이 사무총장은 한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그런 사무총장을 경질한 셈이어서 당 내부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김 후보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후보 중심의 단일화 시나리오에 반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만 사무총장 교체안은 장 의원의 고사로 불발됐다. 장 의원은 6일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이미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치르는 (단일화) 경선이 아니라 공정한 경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선 이후 단일화 논의에 미온적인 김 후보 측과 한 후보로의 단일화를 압박하는 당내 기류를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무총장 교체 불발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김 후보는 전날 입장문에서 “후보가 수차례 걸쳐 사무총장 임명을 요청했음에도 당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사무총장은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김 후보와 지도부 간 지난 5일 심야회동에서도 양측의 간극만 확인됐다. 김 후보 측은 사무총장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심야 비대위 직후 “선거 준비를 해야 해서 일단 이 사무총장을 유임하는데, 머지않아 후보 측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서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결론 냈다)”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