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투톱, 해외 성적표에 엇갈린 희비

입력 2025-05-07 00:28
외국인 관광객이 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해외 소비자가 오픈마켓 등을 통해 역직구한 화장품 등 ‘K뷰티’ 상품 규모는 9억73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약 55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17배 넘게 올랐다. 뉴시스

국내 대표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서로 상반된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한때 매출 비중이 컸던 중국에서의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해외 사업 구조 재편’ 전략 차이가 엇갈린 희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1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675억원으로 17.1% 늘었다.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아모스프로페셔널 등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영업이익은 55.2% 늘어난 1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사업 영업이익이 무려 120.5%나 급등하며 이 같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서구권에서 주요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미주 지역에서는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게 주효했고 여기에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 편입 효과가 더해지며 전체 매출이 79% 급증했다. 중화권에서도 비용 절감과 거래 구조 개선 효과에 힘입어 흑자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 전략의 효과로 서구권의 매출 규모가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4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7% 감소했다. 매출은 1조6979억원으로 1.8% 줄었다. 국내 면세점과 방문판매 등 소위 ‘전통 채널’이 부진했다. 일본(23.2%)·북미(3.1%) 등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비중이 12%로 가장 큰 중국 시장 매출이 4.1%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유통 채널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제품 개발로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이후 수년간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 편중됐던 화장품 사업 구조를 얼마나 다변화했느냐가 실적의 향배를 가르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유럽·중동 등 서구권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배 이상 증가하면서 매출이 10.4% 감소한 중화권 부진을 만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서구권 매출 비중은 19.9%로 중화권(12.4%)을 훨씬 웃돈다. LG생활건강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CNP와 힌스, VDL 등 색조 브랜드가 일본에서 크게 성장했다. 피지오겔, 유시몰, 닥터그루트 등 데일리뷰티 프리미엄 브랜드도 해외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