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금법 논란, 단순한 법률 아닌 세계관 충돌로 빚어진 것

입력 2025-05-07 03:03
정소영 세인트폴세계관아카데미 대표가 최근 경기도 과천의 한 카페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소영(56) 세인트폴세계관아카데미 대표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1기 출신 미국 변호사다. 다음세대에게 성경적 세계관을 가르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 학부모를 만나는 자리나 군인교회 등 다양한 현장을 찾아 성경적 세계관 교육과 도서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경기도 과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대표는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나라”라며 “영국 등 서구교회처럼 차금법으로 교회가 무너지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차금법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사실 처음엔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다.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뒤 ‘왜 미국이 이렇게 됐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후 변호사로서 미국 대법원의 주요 판례 12개를 분석해 책으로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차금법의 심각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교회와 법조계에서는 이를 깊이 다루는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독일 사회학자인 가브리엘 쿠비의 책 ‘글로벌 성혁명’을 번역하는 활동을 통해 차금법을 막아내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차금법 논쟁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단순한 법률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인 남녀 구별과 결혼의 의미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차금법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처음 허락하신 제도가 결혼이다. 성경은 결혼에서 시작해 어린 양의 혼인 잔치로 비유한 결혼으로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사탄이 가장 싫어하는 게 결혼과 가정의 질서인 만큼 이를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차금법은 결국 생명 윤리의 붕괴와 인간의 상품화를 야기할 것이다. 약자와 소수자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과 아동, 사회적 약자가 더 큰 피해를 보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한다.”

-세계관 붕괴로 인한 혼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동안 교회가 성경적 세계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결과, 신앙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교회학교는 낙태, 동성애, 혼외 성관계 등이 왜 하나님에게서 벗어난 죄인지 분명히 알려주지 않고 있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죄지으면 지옥에 간다’는 단편적 이야기만 강조할 뿐이다.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 천국 간다’는 수준을 넘어 성경 전체의 그림인 ‘창조-타락-구속’을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교육이 절실하다.

세계관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살아내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세인트폴세계관아카데미는 고전과 성경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음세대에게 성경적 세계관을 교육하고 있다. 세계관 전쟁에서 이기려면 교회와 목회자, 성도 모두 공부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누구나 하나님의 동등한 ‘만인 제사장’으로서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세계관과 관련된 책을 저술했다.

“그동안 펴낸 책은 모두 성경적 세계관을 쉽고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출간한 ‘성경은 처음이시죠?’는 초신자와 비신자를 위해 24가지 주제로 성경과 기독교 세계관의 핵심을 짚으며 하나님과 맺는 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경의 큰 흐름을 따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풀어냈다. 올해 부활절에는 군인교회에 이 책을 무료로 보급해 장병들에게 신앙의 기초를 다지도록 했다. 군대만큼 선교의 황금어장이 없지 않나. 한국교회가 남자 청년들을 전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군대라고 생각한다.”

-차금법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금법이 통과되는 순간 생명 윤리가 무너지고 인간이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통제당하는 사회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본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목회자는 시대적인 위기 가운데 영적 분별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만인 제사장’ 시대를 살고 있다. 기독교인이 성경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하다.

“세인트폴세계관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이에게 성경적 세계관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교육이 지적·영적으로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세상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고 학부모가 학원 대신 교회로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아이들이 교회에서 진리와 지식을 얻고 영적으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교회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또한 군선교 등 다양한 현장에서 성경적 세계관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 늘어날 때 한국교회와 사회가 다시 거룩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천=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