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만나고 쪽방촌 찾고… 韓후보 첫 걸음은 ‘약자·통합’

입력 2025-05-02 19:22 수정 2025-05-02 19:23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ㆍ18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2일 대선 출마 선언 직후 흰 점퍼로 갈아입고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으로 이동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다. 한 전 총리는 이곳에서 주민들에게 무료로 치과 진료를 해 주는 ‘우리동네 구강관리센터’, 주민들이 부여받은 포인트로 후원 물품을 살 수 있는 ‘온기창고’를 차례로 둘러봤다. 오 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주제로 펼쳐온 복지정책의 현장을 후보 등록 후 첫 일정으로 택한 것이다.

한 전 총리와 오 시장은 쪽방 주민들을 위한 ‘동행식당’에서 순댓국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이때 한 전 총리는 “공약을 만들 때 시장님께서 내세웠던 ‘약자와의 동행’ 대책 등을 대폭 포함시켜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오 시장은 흔쾌히 응낙하며 “출마는 못하지만 제가 준비한 정책은 출마시키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무소속 후보 등록 첫날 한 전 총리의 행보는 통합과 포용의 의지를 나타내려는 의도였다. 중도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오 시장을 맨 먼저 만나고,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약자 지원을 공약으로 흡수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쪽방촌 방문 뒤 “‘보수의 가치’와 ‘약자와의 동행’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이라며 “이는 결국 국민과의 동행”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점퍼 색깔인) 흰색도 포용과 통합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쪽방촌에 이어 계획된 일정은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였다. 다만 한 전 총리는 시민들의 반발로 참배를 하지 못하며 비상계엄 사태로 더욱 깊어진 분열과 갈등을 실감해야 했다. 한 전 총리는 애초 “가슴 아픈 경험을 가진 지역을 대통령 출마 선언 첫날에 가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희생된 분들이 가진 마음의 응어리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광주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한 현장에서는 여러 시민단체가 “한덕수는 물러나라”를 외치며 그의 입장을 막아섰다. 한 전 총리는 “저는 호남 사람입니다, 뭉쳐야 합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를 외치다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 전 총리는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한 ‘빅텐트’를 펼칠 계획이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의 만남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우리 당이나 이 상임고문이 주장했던 내용이 (출마선언에) 충분히 수용돼 있었다”며 “한 번 만나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 전 총리의 출마 선언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다른 정치인에 대한 ‘네거티브’ 없이 ‘내가 할 일’이 강조돼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호평했다.

이 후보는 한 전 총리 출마에 대해 “합당한 행동인지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나”고 반응했다. 그는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지난 3년간 민생과 경제, 평화, 안보 모든 것이 망가졌는데 실질적인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에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어떨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경원 이종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