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대대행’을 맡게 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무 첫날에 각 분야를 점검하며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이 권한대행이 적절한 경제 대응력을 보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기존 대책을 이어가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권한대행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맡게 됐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들을 향해 “우리 모두가 권한대행이라는 자세로 마지막 남은 30여일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권한대행은 철저한 대선 관리를 요구했다. 그는 “저와 내각은 헌법이 부여한 책무에 따라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굳건히 지키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빈틈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 앞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외교·안보 공백 없애기에 힘을 기울였다. 이 권한대행은 “국민께서 안보 불안으로 조금도 염려하시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할 시기”라며 “북한이 어떠한 도발 책동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연락해 준비 태세 강화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관리상황실을 찾아 경북·울산 지역 산불 피해 현황과 복구계획을 살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통상 경험이 없는 이 권한대행이 경제안보TF 등을 주재해야 한다는 점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권한대행 체제가 반복되면서 정상 간 소통 등에서 일정 부분의 공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하던 대로’라는 기조로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전날에도 장성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이끄는 한국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미국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과 기술 협의를 진행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통상 관련 업무를 이 권한대행에게 최대한 빨리 보고할 계획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공백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대선이 지나고 차기 정부가 올 때까지 이어가는 건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 권한대행이 직무를 맡은 것과 관련해 “우리는 동맹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권한대행, 그리고 한국과 협력하는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무회의의 국무위원 정족수 관련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는 “국무회의는 전체 구성원 중 11인 이상이 출석하면 개의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 사퇴 후 직을 맡아야 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직전 사퇴해 2일 0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21대 대통령이 선출되는 다음 달 3일까지 직을 수행한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