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을 중단하게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에 나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하루 만에 내놓은 대응책이다. 이 후보가 6·3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둘러싸고 벌어질 법적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고 여론 동요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입법권을 동원해 이 후보 사법 리스크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대선 정국은 더욱 사생결단식 충돌로 흐르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법 개정이자,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성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25명은 2일 이 같은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제6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헌법 84조가 적용되는 재직 기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해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절차적으로 실현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바로 이날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했지만, 표결 결과 재석의원 14명 중 9명 찬성으로 통과했다. 법사위는 이어 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법 개정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절차적으로도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본회의 상정 시점은 유동적이다.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사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선 직후 법안 처리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법사위 국민의힘 소속 주진우 의원은 “아부도 좋지만, 국민의 뜻을 떠받들어야 할 국회의원이 이재명 한 명을 위한 법을 막 만들어도 되나”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의원은 “오늘의 입법 폭거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자유대한민국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막”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셀프 사면 프로젝트’가 실현된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법원을 상대로도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사위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불러 전날 이 대표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두고 “대법원의 사법 쿠데타” “제2의 인혁당 사건” 등으로 공격했다. 천대엽 처장은 “판결에 대한 비판·비평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최고 법원의 판결과 법관에 대한 존중 없이는 법치주의도,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기관도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의원 50여명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집결해 규탄 기자회견도 열었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다 쓰겠다”며 사법부를 압박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